성당에 다녀온 밤은 나의 근심거리를 성당에 두고 온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물론 집에 오면 또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가족에 있어 각각의 역할을 해야하고 오랫동안 해온 내 일도 있다. 다행히도 그 일은 내가 시간을 조절해 가며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나 혼자 닥친 일만 해내면 된다. 사람들은 어떤 재미로 살까. 솔직히 난 사는게 별로 재미가 없다. 그렇게 큰 목표도 없다. 오늘 죽는다해도 별로 여한이 없을 정도다. 그냥 태어난김에 산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글을 좀 중요하다. 완성도 높은 글을 하나 완성하고 나면 뭔가 뿌듯하고 삶의 의미가 담긴 것 같다. 요즘엔 일 때문에 그조차 할 수 없지만. 이제 좀 여유가 생기고 날씨도 선선해지니 글을 많이 남기고 싶다. 아쉽게도 놀이터 앞 카페가 문을 닫으면서 경치 좋은 글쓰기 장소가 사라져 버렸다. 확실히 집에서 쓰는 거랑 분위기가 다른 곳에서 글을 쓰는 것이란 느낌이 좀 달랐다.
안식처가 될만한 장소를 찾고 싶다. 빨리 날씨가 좋아져서 산책길을 걸으며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해보고 싶다. 스트레스를 잘 받는 나. 마음의 상처를 잘 받는 나. 사실 따지고 보면 나 같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싶지만. 세상은 신기하게도 나처럼 은둔하는 사람에게도 사건을 만들어 주신다. 나에겐 시간이 느리게 간다. 만약 아주 즐거운 일이 많다면 시간이 빨리 갈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에겐 그렇지가 못한다. 이럴 때 단숨에 읽을만한 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태완의 신작이 나왔다고 하는데 도서관에서 계속 대출 중이라 읽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말랑말랑한 글을 써낼 수 있을까. 사랑에 관하여 그가 쓴 글은 공감이 가는 것들이 많다. 얼마전 알게된 베스트셀러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도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절대 읽을 일이 없었을 책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들의 책을 좋아하고 있다. 난 순전히 제목 때문에 골랐다. 사람에 관해서 사랑에 관해서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도 일에서 벗어나서 글쓰는 시간을 늘려야 겠다.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것이니 말이다. 덜불안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찾고 싶다. 이 세상에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할까. 나 권태기 맞나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