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모두 나간 고요한 아침. 밤사이 쌓인 일 몇 가지를 하고 안양천으로 산책을 나선다. 이는 나에게 아침 제의 같은 일이다. 동네를 지나 천변에 닿으면 우거진 나무 사이로 강이 보인다. 윤슬이 반짝이는 강에는 백로와 청둥오리, 왜가리 등 온갖 새들이 먹이를 찾으며 느리게 걷고 있다. 야생의 삶을 엿보는 것은 내게 생명력을 가져다준다. 한여름 폭풍우와 찌는 듯한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어디서 몸을 피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 초연함.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내 보금자리에서도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지난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더웠다. 날씨뿐 아니라 내 인생에서도 위기였다. 나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 날을 걱정해야 했다. 다행히 여름이 지날 무렵 일이 해결되어 갔다.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폭풍우 속에서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는 세네카의 말이 나의 가슴에 새겨졌다. 가을의 산책길은 어쩐지 쓸쓸하지만,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과 풀꽃들 그리고 세찬 강물 속에 노니는 물고기들은 어떤 풍경화도 흉내 낼 수 없는 장면이다. 나는 마치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벅찬 마음이 된다.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때도 있지만 틱낫한 스님처럼 명상을 해보려고 노력한다. 산책은 평화에 이르는 방법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욕망에 시달렸고 그 때문에 방황했다. 이제는 흐르는 강물처럼 내 삶이 순리대로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걷다 보면 먼지처럼 고민이 흩어지고 나는 미소를 되찾는다. 단지 걷기만 했을 뿐인데 내 마음은 평화에 이른다. 내 안의 바람 소리는 잦아들고 따스한 심장 소리만이 귓가를 맴돈다. 마치 나무가 봄마다 새로운 꽃을 피우듯 나는 산책을 통해 새로 태어난다. 그렇게 양분을 얻고 돌아오는 길에 성가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불기도 한다. 내 안의 리듬감을 느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회복된 것을 느낀다. 우주의 리듬을 타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