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약속

by leaves

한차례 눈이 온 뒤, 세상은 좀 더 조용해 졌다. 얼어붙은 낙엽은 겨울의 쓸쓸함을 더욱 짙게 만든다. 만약 겨울이 계속되는 곳에 산다면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겨울은 봄이 온다는 약속이다. 봄이 오면 세상은 다시 시작된다. 계절이 변한다는 건 인간의 늙어감과 비유되기도 한다. 나의 봄은 언제였을까. 나는 지금 봄을 기다리는 겨울일까. 애석하게도 내겐 봄이 없었던 것 같다. 얼어붙을 듯한 추위가 늘 내 주위를 맴돌았다. 신은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나마 이렇게 봄을 만들어 주는 이를 만나게 했으니 말이다. 나는 지금 봄일까. 아직 만나지 않은 인연이니 섣불리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내 마음만큼은 봄이다.

아침 운동을 하면서 노래를 듣는 일이 좋다. 산책을 나갈 수 없어 아쉽지만 운동할 곳이 가까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헬스장에는 나 혼자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러닝머신을 뛴다. 잠깐이나마 머릿 속을 괴롭히던 일들을 잊고 달린다. 인간은 왜 운동을 해야하는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동식물 중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 있을까. 분명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게 사실이다. 마음이 뿌듯해지고 뭔가 잘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날씨가 따듯해 지니 왠지 금세 봄이 올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겨울은 시작도 안했다. 올 겨울도 외출할 일 별로 없이 집에 있을테지만. 문태준 시인이 쓴 자연일기를 읽고 있다. 제주도에서 텃밭을 일구며 사는 시인. 그의 일상이 눈에 선하게 펼쳐진다. 시인의 글은 촘촘하게 아름답다. 농사를 지어서 그런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텃밭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도 경험한 적이 있는 일이기도 해서 그 수확의 기쁨이 얼마나 큰 지 알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과 노력을 들인만큼 수확을 하게 된다. 나이 들어 하고 싶은 일 중 글쓰기와 텃밭이나 정원 가꾸기가 내 꿈이다. 그러려면 몸이 건강해야 할텐데 말이다. 결론은 운동일까. 흰눈이 내린 밤 풍경이 떠오른다. 겨울을 기다린 이유 중 하나는 눈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쩐지 눈을 보는게 쓸쓸했다. 함께 볼 수 없어서일까. 내 마음이 여유가 없어졌나. 차갑지만 포근한 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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