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향기

by leaves

비가 오는 날 숲에 가본 적이 있는지. 오는 비를 그대로 맞고 진한 나무향을 뿜어내는 나무들. 쏟아지는 빗줄기에 하릴없이 바닥을 장식하는 나뭇잎들. 폭우가 아니라면 숲동이 아이들은 우비와 장화를 걸치고 길을 나선다. 조금 걷다보면 몸안의 열기가 기분좋게 느껴지며 물장난을 칠 웅덩이라도 발견하면 약속이나 한듯 찰박찰박 소리를 내며 발을 구른다. 말릴새도 없이 아이들은 개구리처럼 물로 뛰어든다. 소나무 잎사귀에 보석처럼 한알씩 달려있는 물방울. 소나무를 흔들어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꺄아 소리를 내본다. 비는 더이상 피해야할 존재가 아니다. 비가 오는 곳곳이 자연이 주는 시원하고 흥미진진한 놀이터이다. 그렇게 습기의 힘은 모두를 살린다.

몸이 건조하고 열이 날때 습기를 쐬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썼던 표현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가 좀 활기차 보이면 습기의 힘이냐고 묻는 이들이 생겼다. 사실 날씨가 화창해야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와 먼지를 씻어주는 비라도 오는 날이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아이들처럼 비옷이라도 입고 나가볼까. 집 근처에 전처럼 숲이 없다는게 아쉽다. 푸릇한 잎사귀의 청량한 냄새와 장작냄새같기도 한 나무의 냄새는 그곳에 좀 더 머무르고 싶게 한다. 몇년 사이 장마가 계절의 중간에 자리잡았다. 한동안 비가 많이 내려 산책을 가지 못했다. 한번은 강물이 너무 불어나 산책로가 막혀 있었다.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 날씨가 많이 바뀌었다. 오늘 내린 비도 사실 보통의 경우라면 눈이 내리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날씨가 춥지 않아 다니기는 좋지만 낯선 것은 사실이다. 종종 숲동이 시절이 그립다. 숲과 강물이 한때 우리의 아지트였다면 지금은 카페와 맛집이 그 시간을 채우고 있다.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리라. 숲을 다니며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태초의 내가 있던 곳에 대한 그리움이리라.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비가 잦아든다는 소식이다. 빗물을 머금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새들이 부산하게 오고 간다. 멀리서도 서로의 말이 잘 들리게 높은 음으로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사람만큼이나 수다스럽다. 무슨 할 말이 그리 있는 걸까. 나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주의 원리는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책을 읽지 않고도 사는 법을 더 많이 아는 나무나 새처럼 숲으로 걸음을 좀 더 많이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나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