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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ca Dec 21. 2023

살아있다면

어제 성당엄마들과 새벽 한시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에 아이를 깨우지 못해 지각사태. 학교 앞까지 차로 바래다 주었다. 아침 업무를 끝내니 잠이 쏟아져 한숨 자고 일어났다. 어제 술을 꽤 마셨는데 취하지 않은 걸 보니 나도 술이 좀 늘었나보다. 안주발을 세우며 사람 다섯명에 안주 다섯개를 먹고 성당 이야기를 하며 울고 웃었다. 화제의 중심은 이번에 미국으로 유학가시는 보좌신부님. 고집도 세지만 아기같은 해맑은 면을 본 엄마들은 본당을 떠나 혼자 공부하는 길로 들어선 신부님이 왠지 짠해서 눈물이 맻혔다. 환송회는 성대하게했지만 미국으로 떠나기전 6개월 정도 머무실 숙소에 도착해서는 맞이하는 사람 하나없어 떠나온 이별의 아픔과 앞으로 경험하게될 고독이 만져지는 것 같아 바래다 드린 일행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후문이다. 신부님이 눈물을 펑펑 흘리시셔서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공부를 너무 잘 하셔서 유학을 통해 석박사를 하고 교수를 목표로 한다는 말에 무슨 공부를 하시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마침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이라는 책을 빌려놓아 읽어 내려갔다. 라틴어 공부부터 법학까지 어려운 공부를 척척해내는 작가가 사실 얼마나 어려움을 견디며 그 높은 곳까지 갔는지 상세히 씌여져 있었다. 종교를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건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하느님이 계신다는 전제하에 그 증거들을 모으는 것은 아닐지.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면 항상 쉽고 명쾌해서 얼마나 공부를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계실때는 좋은 줄 모르다 막상 떠나가시니 왜 이리 아쉽고 그리운지. 부디 공부 열심히 하셔서 바라시는 목표에 이르시길... 살아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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