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독서모임을 가졌다. 다들 책을 읽으며 꽤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왜 마침표가 없는지, 왜 같은 이름이 많이 나오는지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부터 아마도 죽음의 과정이 잘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에겐 주인공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주인공의 찬구가 묘사하는 부분도 왠지 정말 그 말대로 일 것만 같았다. 주인공 요하네스가 묻는다. 좋은가, 그곳은? 친구인 페테르가 말한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하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환하기도 해, 하지만 이런 말은 별로 도움이 안될 걸세.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기 있네,사랑하지 않는 건 없고 말이야. 작가 자신의 사후세계에 대한 의견이겠지만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 나이 50세. 스무살 적엔 내가 이 나이까지 살게 될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 그런데 이 나이에 나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중국학자 유월은 나이 70세에 왕념손과 왕인지 부자의 학문에 심취하여 그때까지의 자신의 연구가 방법론적으로 큰 결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학문을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한탄햇다. 그런데 그의 친구 한 사람이 '꽃은 떨어져도 봄은 그대로 있다.는 유월 자신의 시를 상기하라고 일렀다. 이 말에 유월은 학문 연구의 새 출발을 하였고 15년 동안 각고면려하여 후세에 남을 큰 업적을 쌓기에 성공하였다. 겉으로 보기에 내 인생은 큰 성과없이 지나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에 들어 나에게 새로운 출발을 하라고 주변 사람모두 일러주는 듯 하다. 진짜 내가 잘 하고 즐거워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다시 사는 기분이다. 글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나는 세상을 다시 인식한다. 손에 닿는 곳마다 고통인 것이 다시 보니 꽃으로 활짝 피어 이 세상에 이유가 없는 것은 없다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이제 올해도 몇일 남지 않았다. 그 어느때보다 다음해가 기대되는 연말이다. 시작을 두려워 말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 말아야겠다. 내 앞에 놓인 모든 것들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임을 말해주고 있다. 나는 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천년만에 발아하는 씨앗처럼 그렇게 웅크리고 있었나보다. 다시 한번 느낀다. 우주는 내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