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결심을 했을때가 생각난다. 매주 발간되는 씨네21을 정독하며 기사보다 더 잘 쓰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올랐다. 영화일을 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습작은 영화기사로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넘어섰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쓴 보도자료는 늘 화제가 되었고 글 잘 쓰는 마케터라는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했던 일은 우울감을 느끼면서도 코미디 영화 보도자료를 쓴 일이다. 지금 내가 생각해도 캐릭터와 시놉시스를 그보다 더 잘 쓸 수는 없었다. 하다못해 경쟁 영화사에서까지 보도자료를 잘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보도자료는 기사를 쓰기 위한 도구일뿐 '작품'일 수는 없었다. 고등학교 때 소설을 써서 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나는 사실 내가 글을 잘 쓰는 줄 알았다. 내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 건 '한류스타의 진실'이라는 일본 잡지 프리랜서를 할 때였다. 축구잡지 사진팀장이 부업으로 하는 일이었는데 한류스타를 섭외하고 인터뷰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사실 인터뷰라고 해봐야 신상정보와 프로필에 대한 질문이 거의 전부이기에 글솜씨가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사진팀장은 좀 더 연마하길 원했다. 사실 그 당시는 그 무엇에도 의욕이 없었다. 드라마 작가 협회에서 드라마를 배우고 시나리오 작가 협회에서 시나리오를 배웠지만 나 스스로로 재능을 탓했다. 지옥같던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미련이 남은 나는 임신을 한 채 소설강좌를 들었다. 그때 쓴 소설은 내 마음에 들었다. 일상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나의 정서와 맞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거기까지였다. 출산을 하고 나는 그냥 아기엄마가 되어 갔고 그림책과 숲에 매료되어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벌써 나이 오십. 요즘엔 가끔 정신이 바짝 든다. 이대로 그냥 '흘러'가야 하는 걸까. 내 안의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내 상상 속의 친구들과 다락방에서 즐거운 놀이를 하며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꿈을. 이 세상만으로 나는 만족을 못하나보다. 이 세상은 너무 어둡고 차갑고 무섭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다. 환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싶나보다. 사실 내 글은 어둡지만 말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