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by Mocca

수녀님은 커피를 끊으셨다고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커피를 마시면 원래 하던 에너지에서 자신의 힘이 아닌 커피의 힘으로 한층 더 많이 일을 하게 된다고 하신다. 그렇게 커피를 끊으시고 실제 체력이 더 떨어지셨다고 한다. 전같으면 너끈히 해내던 일이 어렵게 느껴지시는 것이다. 나 역시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릿 속이 뿌연 기분이다. 하루종일 커피를 곁에 두고 일을 하는 나 역시 커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굳이 커피를 끊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군거린다는 이야기도 듣곤 한다. 하지만 난 밤에 커피를 마셔도 잠자는데 문제가 없다. 물론 약을 먹고 자기 때문에 아무리 깨어 있으려고 해도 잠이 들어 버린다. 내가 아는 한 작가는 나와 같은 병을 가지고 있는데 술을 마시고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다. 그런 그녀가 커피를 한밤중에 마시는 날 보고 놀란다. 나 역시 그런 그녀가 놀랍다. 술과 수면제라니. 그녀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 술을 잘 못마시는 나는 어쩌면 다행이다. 주로 에세이를 쓰는 그녀의 글은 무척 솔직하고 감성적이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쓴 책이 있는데 나도 그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주로 독립출판을 한다. 나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러면서 여러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독립출판한 책들을 몇권 읽고나니 내가 읽고 싶었던 글들이 여기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만들어낸 책이 아닌 자기가 좋아서 책을 만들어 직접 파는 이들. 멋지다. 한때 그녀의 책에 푹 빠져 왠만한 책은 다 읽었던 것 같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일부터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가진 이들의 글을 모아 낸 책까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탈이 나기 쉬워 병원신세를 지기도 한다. 그런 것도 그녀에게 쓸 거리가 된다. 사실 우리의 일상이야말로 영화보다 더 극적이지 않은가?

마음이 아픈 사람들. 병원에서 보았던 노을이 생각난다. 패쇄병동에서 한달이고 두달이고 스스로의 의지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노을 빛이 아름다워 모두 말없이 창가에 모여 그 아름다움을 감상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리고 퇴원하던 날. 자기처럼은 되지 말라고 잘 살라고 말해주던 이. 그녀야 말로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나 역시 되뇌인다. 더이상 아프지 말자고. 오늘도 커피 한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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