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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Oct 26. 2021

브런치에서는 매일 19명의 작가가 태어난다

브런치(Brunch)는 대한민국 IT기업인 카카오의 블로그 서비스다. 2015년 6월 22일 서비스를 처음 출시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지만 콘텐츠를 발행하는 작가 활동을 시작하려면 작가 신청을 한 후 선별 승인을 통과해야 한다. 작가에게 출판 기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위키백과)



그렇다. 브런치는 아마추어, 혹은 프로 작가들이 여러 주제로 자유로이 글을 쓰고 공유하는 순수 창작글 중심의 국내 블로그이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해 보니 일단 상업적인 글이 없다. 환경이 깨끗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글들이 매일 수십 편, 수백 편씩 발행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분야에 대해 검색만 하면 글들이 쏟아진다. 전문분야의 글도 상당히 심도 깊고,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에세이도 참 많다.


이런 브런치에 과연 작가가 몇 명일까 궁금해졌다. 브런치 구독자 수는 203만 명, 카카오톡 채널 친구는 696천 명이다. 그럼 작가는 몇 명일까. 어떤 글에서 약 5만 명 정도라고 본 기억이 있는데 그 글의 출처를 못 찾았다. 그래서 다시 폭풍 검색. Topclass라는 사이트 기사에 따르면 브런치 작가는 47천여 명이라고 한다. 출간으로 이어진 책은 4200권에 달한다고도 덧붙여 있다.


브런치가 생긴 지 약 7년 정도 되었으니 거의 매년 약 7천여 명 정도의 작가가 브런치를 통해 태어난다(브런치 등단 전 이미 작가인 분들도 계셨겠지만 나의 경우 어디서건 작가라는 타이틀로 글을 발표해 본 경험이 전무하므로 브런치에서 작가로  태어난 게 맞다)고 가정하면 1년은 365일이니까 매일 19명이 브런치에 작가로 입성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Topclass의 기사에서는 브런치 외에도 국내 글쓰기 전문 플랫폼을 소개하였는데, 브릿 G, 네이버 시리즈, 씀, topp(토프), 프드프 등이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를 아래에 링크로 걸어둔다.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R&tnu=202111100001

http://topclass.chosun.com/mobile/board/view.asp?catecode=R&tnu=202111100012



나는 왜 지금껏 브런치 밖에 몰랐을까. 심지어 내 주변의 지인들은 대부분 나 때문에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는데, 그간 나는 참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직장생활을 하며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7~8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설을 쓰고 싶어서 나름의 장편 소설을 구상하며 몇 장 끄적거리다가 회사와 가사에 치여 손 놓기를 반복하다 결국 흐지부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짧은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단편 소설의 내용을 한 편의 시로 쓸 때도 있었다. 시를 한편 쓰고 나면 무언가 하나의 작품을 완결했다는 안도감으로 그날은 잠을 푹 잘 수 있었기에 시 쓰기는 머리는 부지런한데 손은 게으른 작가의 일종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글쓰기는 1년에 한 두 편, 많으면 스무 편 내외로 그야말로 취미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취미 이상으로 꾸준히 글을 써보겠다는 일념으로 '19년도에 브런치에 작가로 도전을 했다가 한번 낙방하고 한동안 브런치와 사이가 원해졌었다. 그해는 유독 회사에서 바쁘기도 했고, 내가 무슨 작가가 된다고 언감생심이었구나 싶어 쉽게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 올해 가을, 무슨 바람이 었는지 불현듯 다시 브런치에 도전했고, 이번에는 운 좋게 작가 승인이 되어 첫 발행일 이후로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니 다른 글들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데, 글을 많이 읽다 보니 내 글이 어떤 글인지도 보이고,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도 좀 알 것 같다. 브런치에서 조회수를 늘리는 법을 연구해서 인기 있는 작가가 되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내가 주로 쓰는 장르는 시와 소설 같은 순수문학이라 지금은 그저 글 쓰는 재미로 지내얄 듯 싶다. 캐나다 유학을 준비 중이라 체험기를 연재 중인데 그나마 이 글 덕분에 외부 유입이 좀 있는 듯 하지만, 정작 나는 시와 소설을 쓰고 싶은 터라 내 목표는 딱 1년간 브런치에서 꾸준히 써보는 것으로 정했더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브런치에 매일 스무 명가량의 신인 작가들이 탄생한다는 사실이 꽤나 흐뭇하다. 47천여 명의 작가가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진짜 경쟁은 상위의 인기 작가들과 글을 엄청 잘 쓰는 숨은 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책 발간을 목표로 한다면, 요즘의 출판계 트렌드에 밝고 대중의 수요를 잘 파악하여 글을 써야는데 나는 이제 걸음마를 뗀 초보작가라서 그런지 그런 트렌드가 무언지도 잘 모르겠고 아직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어찌됐든 나는 상위 그룹에도, 트렌드 한 그룹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그저 꾸준히, 내가 즐겁고 만족스러운 글을 쓰자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물론 공모전 같은 기회가 있을 때는 열심히 도전은 해 볼 것이다). 


나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꽤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적어도 그 어떤 시장보다 공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고 누구나 게시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의 독점이 없고 그로 인한 권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글쓰기 무대에서 그런 공평한 장을 열어주는 곳이 브런치와 같은 글쓰기 플랫폼인 듯하다. 브런치는 특히 상업성을 많이 걸러내 순수하게 창작만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었기 때문에 나 같은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장소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가들이 탄생하여 더 다양하고 재치 있고 독특한 글들이 많이 발행된다면 브런치도 작가들도 서로 윈윈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글쓰기 플랫폼 시장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고 그만큼 작가들에게 기회의 문은 더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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