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BTS의 아미가 되었는지, BTS는 왜 이토록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1편에 이어 논하기 전에, 간단하게 연도별로 BTS의 음악세계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BTS의 가장 큰 성공의 토대는 그들의 음악성과 메시지에 있기 때문이다.
BTS는 2013년 6월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로 데뷔하였다. BTS가 추구하는 음악 장르는 데뷔 초기에는 힙합/랩에 주력했으나, 매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댄스, 발라드, EDM, R&B/어반, 락, 팝, 레게 등 다양한 장르를 힙합에 접목하여 자신들만의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켜 나갔다.
나는 대중음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 장르를 논할 수 있는 지식은 부족하다. 다만, 수십 년간 음악을 들어오고 다양한 장르를 좋아해 온 내 경험치에 비추어 볼 때 BTS 음악은 단순히 아이돌 음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독자성과 정체성이 분명한 것은 알 수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그 독특함, 다양한 장르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녹여내는 포용성, 트렌드를 잃지 않는 세련미, 시처럼 아름답고 때로는 촌철살인같은 가사, 음악을 시각화하여 예술성을 높이는 아름다운 군무 등으로 나는 그들의 음악을 그 어떤 대중가수들 보다 좋아한다. 그리고 매 앨범을 새로이 발표할 때마다 그들의 음악이 진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프로듀서이자 유튜버인 조이 나토가 전문가의 관점에서 BTS의 음악을 2018년부터 꾸준히 리뷰해 오고 있는데 그의 리뷰를 한데 모은 좋은 영상이 있어 링크해 본다.
BTS의 연도별 음반 콘셉트를 살펴보면 그들이 지향하는 음악적 메시지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인다.
(2013~2014) 이 기간에 발표한 학교 시리즈 3부작인 <2 COOL 4 SKOOL>, <O!RUL8,2?(Oh! Are you late, too?)>, <Skool Luv Affair>를 통해 일률적인 교육을 강요하는 학교에서 개성과 꿈을 잃어가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과 사랑을 찾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아무래도 데뷔했을 때 대부분 10대였던 멤버들이기에 그들의 관심과 고민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데뷔한 해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인지도가 낮은 작은 기획사 소속 가수였기 때문에 방시혁 대표는 방송사를 돌아다니며 BTS의 방송 출연을 위해 많이 노력했었다고 한다. 나중에 서술하겠지만, 이때 BTS는 당시 아이돌 음악이 아닌 힙합 음악을 표방하였기에 대중음악 아이돌 시장과 힙합 언더 양쪽으로부터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학교시리즈 3부작(나무위키 참조)
(2015~2017.8) 이 시기에 발표한 청춘 2부작 <화양연화 pt1>, <화양연화 pt2>(이후 pt1과 pt2를 합쳐 리패키지 한 앨범인 화양연화 young forever까지 시리즈는 총 3개 앨범)에서는 각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불안한 청춘들의 우정과 배신, 슬픔과 기쁨 등을 그려냈고, 동시에 화양연화 세계관을 만들어 BTS 마니아를 양산하게 된다. 이 시기에 방시혁 대표는 이미 BTS 멤버별 스토리를 만들고 웹툰도 제작하였다. 방 대표는 BTS를 하나의 아이돌이 아닌,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밑그림을 그렸고, 결과적으로 이는 성공을 거두었다. 화양연화 세계관을 연구하고, 뮤직비디오를 해석하다 보면 저절로 아미가 되니 말이다. 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니만큼 방시혁 대표는 콘텐츠의 힘(=소프트파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화양연화 시리즈(나무위키 참조)
화양연화 pt1 타이틀곡 'I need you'가 처음으로 국내 음악방송에서 1위 한 것을 시작으로, 화양연화 pt2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 171위로 최초로 진입하게 된다. 이때부터 BTS 해외 팬들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성공적인 첫 해외 투어(정확히는 아시아투어)를 마치게 된다. 이 시리즈에 수록된 '쩔어(Dope)', 'Run', '불타오르네(Fire)' 같은 대표곡들은 BTS만의 박진감 넘치는 안무와 어린 소년들의 패기가 가득해 보는 이로 하여금 엄마 미소가 저절로 나오게 하는 동시에 멋짐을 뿜어 내는데,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젊은 방탄의 열정 때문일까 초기부터 방탄에 입덕 한 아미들은 이때의 방탄소년단만의 스타일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
화양연화 시리즈가 막을 내리고 몇 달 후인 2016년 10월 발표한 정규앨범 <Wings>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으로 '유혹을 맞이한 청춘'이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악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또한 성장의 한 부분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표곡 <피, 땀, 눈물>은 발표된 지 40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을 달성했는데 이는 K-pop 역사상 싸이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었고, 전 세계 59개국에서 1위를 달성한 최초의 곡이기도 하다.
Wings 앨범 발표 4개월 후 2017년 2월에 <Wings> 수록곡과 Wings 앨범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BTS 멤버들의 이야기를 추가하여 일명 Wings 외전인 <You Never Walk Alone>을 발표하였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 '봄날'에서 방황하던 청춘의 겨울이 끝나 이제 봄이 온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통해 청춘 시리즈를 완결하게 된다.
'봄날'의 뮤직비디오는 여기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적 완성도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뮤직비디오에서 세월호를 은유하는 장치들이 많아 해외 아미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알려주어 그들의 희생에 대한 애도와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는 어슐러 K. 르 귄의 『바람의 열두 방향』 속 단편 작품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이에 대해 이미 훌륭한 분석이 있어 참고로 링크해 본다.
이 앨범에서 가장 폭발적인 느낌의 ‘Not Today'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대사 “But it is not this day. This day we fight”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프리 코러스 가사 부분인 ‘날아갈 수 없음 뛰어 Today we will survive'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 중 일부인 “If you can't fly then run, if you can't run then walk, if you can't walk then crawl, but whatever you do you have to keep moving forward”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네이버 앨범 설명 참조). 뮤직비디오도 곡도 안무도 모두 굉장히 멋진 곡이다.
(2017. 9 ~2020.1) Wings 시리즈에 이어 'LOVE YOURSELF起承轉結' 시리즈를 발표하는데 화양연화와 Wings에서 BTS의 음악적 포텐셜이 대폭발 했다면, Love yourself 시리즈는 BTS만의 음악세계가 정립되고 성숙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방탄 앨범 중에서 이때의 시리즈를 가장 좋아하며, 이 중에서도 '結' 앨범을 가장 애정 한다.
러브유어셀프 시리즈(나무위키 참조)
가장 먼저 나온 承에서는 청춘의 사랑과 설렘을 청량하게 그려냈고, 이후의 시리즈에서 사랑의 아픔, 그리고 마지막에서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 방황하는 10대들과 젊은이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안겨준다. 그 이전의 앨범에서 소년 시절의 꿈, 청춘의 사랑과 방황, 욕망과 유혹 등을 통한 자성이 선행된 후 BTS가 내린 결론은 '자기애(Lovemyself)'였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할 때 비로소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BTS는 첫 앨범부터 멤버들 전원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였고 자신들의 고민과 결론을 그대로 음악에 반영했다. 방시혁 대표가 방탄 멤버들에게 음악은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였기에, 첫 앨범부터 이를 성실하게 이행한 BTS가 이 앨범 시리즈에서 설득력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때부터 BTS는 유니세프(UNICEF)와 협업하여 LoveMyself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지금도 캠페인은 계속되고 있다.
이때 발표된 곡 'DNA'는 싸이 이후 K-pop가수로는 두 번째로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여 67위까지 올라가게 되며, 이 곡을 필두로 이후에 발표되는 대부분의 곡들은 모두 빌보드 차트로 진입하게 된다. 오바마가 국정연설 후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게 된 'MIC DROP' 역시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곡 중 하나로 빌보드 핫 100 차트 28위로 진입하여 10주간 차트를 지킨 곡이다. (마이크 드롭은 미국 드라마 실리콘밸리 시즌 5의 트레일러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됨)
結 앨범은 앞서 발표한 3개의 기승전 시리즈를 한데 모으고 새로운 곡인 'IDOL'을 추가한 앨범으로 'IDOL'이라는 곡을 통해 BTS가 오랜 시간 동안의 고민과 방황의 종지부를 찍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전 세계에 선언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結의 앨범 제목에는 "Answer"라고 붙어 있으며, BTS가 그간 받아왔던 편견과 차별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로 이제 그 사랑을 보답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실제로 이 앨범 다음의 시리즈부터 BTS의 음악은 한결 밝고 긍정적이면서 팬데믹의 상황을 함께 이겨나가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19. 4~ 2020. 10) 이 시기에 BTS는 <MAP of the Soul> 2부작을 발표하는데, 첫 번째 시리즈인 <MAP of the Soul; Persona>의 주제는 '너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BTS 리더 남준(RM)은 그래미에서 이 앨범이 팬들을 위한 보답이라고 말한 바 있다.
'Map of the Soul: Persona’는 융 심리학 입문서인 머레이 스타인의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MAP OF THE SOUL 시리즈, 검은색 앨범은 일본에서 발매(나무위키 참조)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면서 매우 사랑스러운 노래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ove)는 빌보드 핫 100 8위에 올랐고, '소우주'는 리더 남준의 믹스테이프 곡인 'moonchild'와 Love yourself에 수록된 '134340'(명왕성을 뜻함)과 함께 NASA의 2024년도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플랜의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었다고 한다(나무 위키참조)
2017년부터 급작스럽게 얻은 해외에서의 인기로 인해 BTS는 심적으로 상당히 부담감을 느꼈고, 해체를 생각하기도 했다. 이제는 아이돌이나 연예인이라는 타이틀로는 부족한, 그야말로 '슈퍼스타'가 되었기 때문에 BTS는 실제로 이런 인기가 무섭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앨범과 두 번째 앨범에는 슈퍼스타와 자연인이라는 여러 페르소나(가면) 사이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들이 담겨 있으면서 동시에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멤버들에 대한 사랑과 자신들을 끊임없이 사랑해주는 아미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은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2020년 2월 발표한 <MAP of the Soul 7>은 BTS의 네 번째 정규앨범으로 여기에 바로 'Black Swan'이 수록되어 있다. 무용수는 죽을 때와 무용을 포기할 때 2번 죽는다라는 현대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의 명언과 영화 '블랙스완'에서 영감을 얻은 곡으로 음악가로서 음악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자아의 죽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식 뮤직비디오 외에 실제 현대무용가들의 무용으로 만든 아트필름 두 가지 버전의 뮤직비디오가 있다.
(2020. 11 ~ 현재) 2020년 8월 디지털 싱글로 'Dynimite'를 발표하는데 이는 팬데믹 시대에 팬들을 위로하고 밝은 에너지를 선사하겠다는 BTS의 선물 같은 곡으로 K-pop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곡이며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한국인 아티스트 최초로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2020.11월 이후로 발표한 음반들
2020년 11월에 Dynimite를 포함하는 스페셜 앨범 <BE>를 발표한다. 이 앨범은 코로나로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곡으로, 특히 타이틀 곡 'Life goes on'은 한국어로 된 노래가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라 빌보드 62년 역사에서 신기록을 쓴 노래이기도 하다.
2021년 5월에는 디지털 서머 송 'Butter'를 발표하는데 'Dynamite', 'Savage Love (Laxed - Siren Beat) (BTS Remix)', 'Life Goes On'에 이은 방탄소년단의 4번째 빌보드 핫 100 1위 곡이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1970년 잭슨 파이브에 이어 그룹으로써는 가장 빨리 빌보드 핫 100에서 4개의 곡을 1위에 올려놓았다. 방탄소년단은 2020년 9월 5일부터 2021년 6월 5일까지 9개월 동안 4번의 핫 100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에서 2007년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7개월 동안 빌보드 핫 100 1위를 네 번 차지한 것 이래 가장 빠른 속도이다. 지금까지 1년 안에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4번 이상 차지한 아티스트로는 방탄소년단, 비틀스, 슈프림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머라이어 캐리, 폴라 압둘이 있다.(나무 위키 참조)
BTS는 이 외에도 많은 가수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했고, 앞서 1편에서 말한 비공식 음원인 믹스테이프로도 빌보트 차트에서 꾸준히 등판하고 있다. 콜라보 곡들과 믹스테이프 곡들은 여력이 닿을 때 다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원래 2편으로 완결을 지으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추위에 몸살이 났습니다. 글의 마무리는 며칠 지나얄 듯 하네요. 이번 글은 BTS의 음반과 관련된 이야기라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다소 지루한 글일 수도 있겠네요.
그치만 BTS를 좋아하면서 그들의 음악 이야기를 건너뛴다는 것은 <아이언맨>이라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아이언맨 슈트가 어떻게 탄생되는지를 빼먹는 것과 같기에다소 지루하더라도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나머지 이야기(BTS의 서사, 그들의 선한 영향력, 여전히 계속되는 외로운 싸움 등)는 '나는 BTS 아미다2편'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rom 작은나무
큰아이가 모으고 있는 BTS 앨범들(사이좋게 듣고 있어요^^~)
이 글은 BTS 공식 블로그, 네이버 앨범, 나무위키, BTS 유튜브 채널 등 다수의 SNS 콘텐츠로부터 정보를 습득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