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서 여러번 언급했듯이 나는 방탄소년단, BTS의 팬이다. 살짝 열렬한 팬에 속하는 듯 하다. 아닌가... BTS에 대한 콘텐츠를 수집하고 편집하여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으니, 살짝보다는 좀 더 열렬한 팬이 맞는 듯 하다. 평소 매니악한 성격이 있어 무언가에 빠지면 깊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는데 문학이나 그림, 영화 같은 커다란 장르가 주로 대상이었지 가수에 빠진 건 이들이 처음이다. 가수를 좋아하더라도 노래를 좋아하는 정도였는데 BTS는 자체로서 훌륭한 콘텐츠이자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되서인지 연구 수준으로 깊게 빠져있다. BTS의 음악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들은 내게 많은 영감과 기쁨을 준다.
영국의 유명한 밴드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기네스 펠트로의 전남편이기도 함)이 최근 BTS와 콜라보레이션을 하여 my universe라는 곡을 발표했는데(이 곡으로 콜드플레이는 11년만에 빌보드 1위에 올랐다) 그의 인터뷰를 보니 BTS를 좋아하는 부분이 나와 맥락이 비슷했다.
< My Universe 작업 다큐에 크리스 마틴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11분 내외의 분량입니다. 유튜브화면에서 자막을 한국어로 설정하면 보시기 편할것 같습니다.>
내 친구나 지인들에게 BTS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나이에 왠 아이돌 가수를?' 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어서 그 후로는 음지에서 조용히 좋아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글은 나름 용기를 내고 커밍아웃하는 것이다. BTS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우리 큰아이가 워낙에 BTS를 좋아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BTS에게 처음 반하게 된 건 <Dynimite> 뮤직비디오때문이다. 전형적인 아이돌 노래스럽지 않은 pop송 형식의 곡인데, 빌보드에서 늘 1위를 하는 저스틴 비버나 애드 시런의 노래보다 훨씬 좋아서 깜짝 놀랐던 것 같다. 7명의 솜사탕처럼 사랑스러운 젊은이들이 시종일관 청량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대는 이 노래에 왜 전세계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했는지 알게 됐다. 이 뮤비는 현재 조회수가 12억회이고, 이 노래는 작년에 빌보드에서 1위를 했다. 작년 한해 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린 곡이고, 심지어 아르헨티나의 시골 동네에서마저 이 노래가 울려퍼져서 뭉클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BTS가 빌보드에서 1위를 한 곡은 다이너마이트를 포함하여 총 6곡이나 된다. 그 중 올해 발표한 버터는 10주동안 빌보드에서 1위를 했다. 더불어 연달아 발표한 Permission to Dance와 My universe로 올해 빌보드에서 3차례나 1등을 했다. 빌보드를 포함하여 BTS는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AMA, 빌보드, 그래미)을 2017년부터 현재까지 휩쓸어왔다. AMA에서는 3년간(2018~2020) 빌보드에서는 5년간(2017~2021) 연속 수상을 했고, 그래미에서는 2년 연속 무대를 펼쳤다. 가장 최근 그래미 무대에서는 단독 공연을 했다. 유투브 최다 조회수 부터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신기록을 많이 세워 기네스 기록이 25개나 된다.
작년 한해 BTS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가치는 우리나라 GDP의 0.3% 수준에 해당한다는 해외 언론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최근에는 국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이 BTS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는 약 7조원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 문화파워 지수에서 세계 13위였다가 최근 세계 7위까지 올랐는데 해외 외신들은 BTS가 가장 선두에서 견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BTS는 국내 음반 산업에도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서 최근 K팝 음반 시장이 급성장한 데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최정상 아티스트도 20만장 이상을 판매하지 못했는데 2016년 이후 BTS가 앨범을 수백만 장씩 팔기 시작하더니 30위권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도 늘어나기 시작해 BTS가 음반 시장을 독식한 게 아니라 이들을 통해 K팝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하고 판로를 개척하면서 '낙수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BTS는 어떻게 이렇게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BTS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그들의 성공이 단순한 행운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BTS는 굉장히 성실한 아티스트다. 2013년에 데뷔하여 8년차인 지금까지 300여곡이 넘는 음악을 발표했다. 정규앨범과 싱글앨범, 정규에 신곡을 추가한 리패키지 앨범, 베스트 앨범 등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만 54개다.
BTS 공식 앨범들
공식 음원으로 발표하는 음반 외에도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자신만의 음악색을 입힌 비공식 음원(믹스테잎이라고 함)도 틈틈이 발표하고 있다. BTS의 브레인이자 작사를 주로 맡는 리더 남준을 필두로 작곡과 프로듀싱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슈가, 제이홉 등 그룹에서 랩을 주로 맡는 이 3인방은 자신들만의 색깔로 자작곡을 만들어 2015년부터 BTS 공식 블로그에 발표해 왔고, 그 후로 메인 보컬인 정국 등 일명 보컬라인인 지민, 진, 뷔 역시 자신들만의 서정적인 자작곡들을 만들어 꾸준하게 발표해 오고 있다.
이들이 발표하는 믹스테잎은 BTS라는 그룹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음악적인 역량을 스스로 시험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다음 음반을 기다리는 아미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음원들이다(주로 자신들의 생일날 많은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아미들에게 자작곡을 선물로 발표하고 있다). 저작권 외에는 수익을 창출하는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이들의 믹스테잎은 멤버들 각자의 고유한 음악성이 살아 있어 정규앨범보다 더 개성있고 서정적이다. 특히 슈가의 대취타는 해외의 힙합 마니아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어마어마한 곡이다. 곡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특별히 뮤비도 제작되었다.
이들의 정규앨범을 모두 들어보고, 왠만한 뮤직비디오를 모두 섭렵한 나는 그들의 음악성과 창의성, 그리고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퍼포먼스에 크게 감명받았다. 지금도 그들의 음악을 다 들어보지 못했고여전히 그들에게 내가 탐구해야 할 영역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해외의 음악 리액터들이나 아미들의 영상을 보면, 그들이 BTS를 좋아하게 된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있다. BTS 음악이 주는 메세지와 그들만이 할 수 있는퍼포먼스,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건전성이 그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멤버들의 인간적인 매력 - 소탈함과 겸손함- 때문에 끊임없이 팬들이 유입되고 있다. 물론, 미국 시장을 겨냥한 최근의 행보와 음악 스타일 때문에 10대~20대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지만 30대에서 60대까지 팬층은 계속 두터워지고 있다.
그들이 2020년에 발표한 Black Swan(블랙 스완)의 퍼포먼스를 보고 받은 충격이란! 미국의 데뷔 진출 무대였던 AMA에서 소년들의 청량미 가득한 DNA를 공연한 게 엊그제 같은데 불과 3년후 그들이 내놓은 블랙스완은 BTS를 어나더레벨, 즉 뮤지션이 아닌 아티스트로써의 BTS를 해외 팬들에게 각인시킨 곡이다. 특히 힙합하는 보이그룹에 별 관심없던 해외의 중년 세대로 하여금 BTS 아미로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한 곡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