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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an 14. 2022

캐나다에서 맥북 사는 게 이리 어려울 줄이야

제가 다닐 팬쇼칼리지 어학원 수업이 1월 10일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1월 초 부랴부랴 노트북을 알아봤습니다. 한국에서 쓰던 데스크톱은 해외 이사짐에 실어 보냈는데 연말연초 화물 대란으로 10월 중순에 보낸 짐이 아직도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고 합니다. 12월에는 왠만하면 화물로 짐을 보내지 마시라 권하고 싶네요. 


코로나 때문에 해상물류 대란이 작년 10월부터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캐나다 등 북미권은 12월 말 2주간 홀리데이라 모두들 문을 닫고 휴가에 들어갑니다. 게다가 선물량은 더 늘어나고요. 그러니 운송량은 늘어나고 일하는 날은 적어서 평소보다 물건 도착일이 훨씬 더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트북은 출국할 때 가져왔지만 이건 남편용이라 제가 전용으로 쓸 노트북이 필요하게 되었지요. 어차피 9월에 학과에 들어가면 디자인 프로그램을 돌려야 하므로 이왕 사는거 최신 사양의 맥북을 남편이 사준다는 겁니다. 애플에서 나온 기기를 전혀 사용해 보지 않았지만 남편 말로는 맥북프로가 디자인 프로그램 돌리기엔 제일 나을거라 해서 저는 무조건 yes, ok만 남발했지요.


평소 검색이 취미인 울 남편이 아마존에서 맥북을 주문하려 했더니 도착 예정일이 1월 11일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런던 시내에서 맥북을 살 수 있는 가게를 모두 검색해서 일일이 맥북프로 재고량이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참고로 런던 지역은 기본적으로 물건이 적고, 재고도 별로 없는 경향이 있어요. 지난번 가구를 사러 갔다가 원하는 물건이 모두 재고가 없고 언제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직원의 답변에 절망하고 돌아와야 했거든요.


런던 시내 노트북(laptop) 판매점


구글로 런던 지역의 노트북 판매점을 검색하니 위의 지도처럼 약 20개 정도 확인됩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해당 가게에 원하는 제품이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 모두 확인이 되더군요. 그런데! 이 많은 노트북 가게에 맥북프로를 판매하는 가게가 단 한군데도 없다는 겁니다.


검색왕인 우리 남편, 이번에는 런던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토론토까지 확대해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오마이갓! 지저스크라이스트!! 토론토에도 맥북프로를 재고로 가진 가게가 없는 겁니다. 심지어 온타리오주 전체에서 검색했는데도 맥북이 씨가 말랐더군요. 띠요옹...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이 곳에서는 일어나더라고요. 순간 캐나다랑 미국이랑 전자제품 쪽으로는 별로 안 친한가?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ㅎㅎㅎ


아마도 11월 블랙 프라이데이랑 크리스마스의 박싱데이 등 빅세일 시즌이 지난 후여서 물건이 더욱 없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마존에 들어가 주문을 했지요. 그.러.나...무사히 주문을 다 마친 다음날 따단~아마존으로부터 결제를 취소한다는 메일을 받은 남편은 또다시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아마존 본사에 문의하니 이전에는 늘 한국에서 주문했다가 한번도 결제를 한적 없는 해외 지역에서 큰 돈이 결제되었기 때문에 소되었다는 겁니다(같이 주문한 마우스는 결제처리됨) 아마존의 발빠른 대처에는 박수를 보내지만...아...우리가 주문한거 맞다고요. ㅠ,.ㅠ 그래서 현재 해외 체류중인거 맞고 결제도 본인이라고 이야기를 한 후 다시 결제를 했는데 또 주문 취소가 되었습니다. 결국 신용카드를 바꿔서 다시 주문했고, 이번에는 주문처리가 완료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아마존에서 다행히도 1월 9일에 배송을 해줘서

(일요일이었는데 배송을 해주었어요) 수업 전날 무사히 맥북을 제 가슴에 품을 수 있었지요. 시차 적응을 못해 한국에서는 한참 새벽시간인 오후에 쿨쿨 낮잠을 자는 동안 배달이 되었는데 남편이 너무나 뜯고 싶은걸 꾹 참았다는 거예요. 언박싱의 영광을 저에게 돌리기 위해서 말이죠. 귀요미...

우여곡절 끝에 받은 맥북프로...너 은근 구입하기 어렵더라...명품이니?
맥북은 박스부터 참 이쁘네요
사과 스티커는 은색이 국룰인데...검정 사과는 꼭 신데렐라가 먹은 독사과 느낌이랄까 ㅎㅎ
드디어 처음으로 전원을 켜 봅니다. 아...화면 참 영롱하여라

20년 넘게 윈도우를 쓰다가 급작스럽게 맥북으로 바꿔 썼더니 일주일 내내 고생했습니다. 맥북 사용법을 유튜브와 네이버에서 계속 찾아 헤매고, 앱 스토어에서 로그인 하는 법을 몰라 이틀을 헤맸습니다. 일단 캐나다에서 샀더니 자판기에 한글이 없어요. ㅎㅎㅎ 지금 한글 자판 외워서 치고 있답니다. 머리는 기억을 못하는데 손은 기억하는 걸 보니...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이네요.


처음엔 불편하고 답답했는데 일주일 썼더니 금새 적응이 되네요. 저만의 노트북은 7-8년전 델에서 나온 저렴이를 주로 글쓰기용과 강의듣기용으로 사용했다가 데스크톱으로 죽 사용해왔습니다. 남편 덕분에 이렇게 최신 사양의 예쁘기까지 한 노트북은 생전 처음 써 봅니다. 아직도 글을 쓸 때 ctrl+c, ctrl+v를 본능적으로 쓰는데 맥북에서 그리 쓰면 그냥 오리기만 되어 버립니다. 맥북은 ctrl 대신 command 키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실행취소를 찾으니 command+z를 누르라고 하네요. 이 글도 한번 그리했다가 간신히 살려냈다는...;;;


남편이 거금을 들여 선물해 준 만큼 이녀석으로 많은 일을 해볼 예정입니다. 수업도 듣고, 글도 쓰고, 영상도 편집하고, 디자인도 할 겁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예쁜 것들을 이 녀석을 통해 뚝딱뚝딱 만들어 보겠습니다. 자아, 오늘의 교훈은? 캐나다에 오기전에 노트북 등 비싼 물건은 미리 미리 사서 오자! 한국이나 캐나다나 가격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캐나다가 좀 더 저렴하긴 하지만, 한국에는 물건이 넘치고, 배달도 빠르고, AS도 빠르니까요. 우리나라 좋은나라!




앗! 이번 이야기가 다음 포털 메인에 걸렸네요. 세번째 메인 글 축하축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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