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사는 한인 분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캐나다로 유학 오면 영어는 늘지 않고 장금이가 돼서 귀국한다고요.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 '배*의 민족'은저의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였지요. 요리 소울 메이트! 배민을 보유한 당신! 제가 지금 얼마나 부러운지 아시나요?
캐나다의 중소도시에서 살려면 음식을 자급자족해야 합니다. 배달음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도 비싸고종류도 피자, 햄버거, 치킨, 샐러드 등으로 한정됩니다. 멕시코, 인도, 중국 음식도 있긴 하지만 역시 비싸고 캐나다인 입맛에 맞춘 음식들이라 선뜻 주문하기 주저하게 돼요.또, 배달료도 거리에 따라 4불에서 6불까지 비싼 편이지요.
마트도 무조건 차를 타고 나가야 해서 한 번에 장을 많이 봐야 합니다. 또 여긴 포장된 식재료 양이 많고 용량도 큼직큼직합니다. 잠시 정신줄을 놓으면 아까운 식재료를 모두 버리는 수가 있지요. 그래서 머릿속은 온통 오늘 뭐 해서 먹나 고민하고 냉장고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게 됩니다.
캐나다가 워낙 농업 강국이라 그런지 농산물과 축산물은 가격이 좋은 편입니다. 4인 가족 기준 3번은 조리해 먹을 양의 청경채는 커다란 묶음에 3천 원이 조금 안되고, 당근 10개가 들은 한 묶음이 약 2천 원입니다. 과일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편이고요. 소스류나 병조림 식품도 한국보다 평균 천 원 이상 더 싼 듯합니다.
캐나다에서 야채는 양도 많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소스류나 피클 같은 가공식품도 한국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아시안푸드를 전문으로 파는 마트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맛소금, 다시다, 멸치액젓, 새우젓까지 거의 다 팔고 있습니다. 가격은 물론 한국보다 조금 비쌉니다. 특히 한국 라면과 과자가 많이 비싼 편이지요.과자 가격이 조금 사악해서 몇 번 들었다 놨다... 결국 가만히 내려놓고 왔습니다.
식재료는 주로 아시안푸드 전문 마트와 캐나다 현지 마트, 코스트코에서 구합니다. 코스트코는 잘 아시다시피 고기류 가격이 좋아서 한번 갈 때장기간 먹을 치를 쟁여옵니다. 물론 기본적인 판매량이 워낙 많아 반강제적이긴 하지만요.
캐나다는 삼겹살을 저리 두껍게 팝니다. 값도 저렴해서 실컷 먹었습니다
소고기 사태 부위같은데 약 2킬로그램에 3만3천원이 채 안됩니다. 장조림, 갈비찜, 볶음, 카레 등 5끼 이상 먹었네요
육류 4팩 샀는데 한달 내내 고기만 먹어도 될 양이 나오네요. 연어 한 팩 샀더니 4인가족 기준 3번 먹을 양이 나왔습니다
닭 스케일 보소...닭다리 19불, 닭날개 25불
아직 한국에서 부친 짐이 도착하지 않아 간단하게 냄비와 프라이팬, 토스터 등 조리도구를 집 근처에 있는 월마트에서 샀습니다. 냄비와 프라이팬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합니다. 이벤트로 파는 토스터가 3만 원이 채 안돼 얼른 들고 왔습니다. 다른 토스터는 4만 원대부터 10만 원대까지 한국과 가격이 비슷하네요.
한식밑반찬이 너무 그립지만 멸치는 너무 비싸고, 진미채는 없고, 김도 좀 비싸요. 참, 특이하게 농산물 대부분 저렴한데 꽈리고추는 또 비쌉니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꽈리 멸치 볶음인데아직 못해먹었어요. ㅜㅜ
이곳은 샐러드용 채소 가격이 한국보다 저렴해서 늘 샐러드와 고기 위주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 접시 요리는 확실히 조리도 간단하고 시간도 단축되니 자꾸 선호하게 되긴 합니다.삶거나 굽는 것 외에 조리법도 잘 모르겠고요.
아침은 빵과 샐러드, 점심은 스테이크처럼 구운 고기나 연어와 삶은 야채, 저녁은 가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미역국을 곁들여 한식과 캐나다식을 섞어 차려 먹는 중입니다. 된장찌개나 미역국을 끓이는 날에는 아이들이 폭풍흡입을 하더군요. 아... 배민으로 시켜 먹던 떡볶이, 닭볶음탕, 닭갈비, 찜닭, 부대찌개, 순댓국이 너무 먹고 싶어요 ㅠ.ㅠ
3주간 주로 사진속 패턴으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돌려막기도 이런 돌려막기가 없네요. 유튜브에서 외국인들이 가끔 부대찌개나 된장찌개, 감자탕을 먹을 때 눈물이 나는 맛이라고 하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좋은 점은 하나 있어요. 야채와 고기 위주로 먹으니 저절로 살이 빠지고 있네요. 대신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과자와 빵으로 채운다는 게 단점...
굽고 삶고 볶은 음식은 보글보글 끓여 내는 탕, 찌개, 전골류의 음식이 주는 만족감과 비교가 안 됩니다. 따듯하고 얼큰하고 찐한 국물이 식도를 지나 위장을 따스하게 덥혀주는 그 느낌.. 무언가 영혼이 충만되는 그럼 음식이 바로 한식이라는 것을 타국에 와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음식은 대체로 단 맛이 없습니다. 스파게티 소스나 피클을 먹어봐도 단맛이 전혀 없더라고요. 또 햄버거를 먹어도 달큰한 맛은 전혀 없습니다. 비비큐용 가루도 한국에서 먹던 가루에 비해 단맛이 없어요. 한국사람들이 단맛을 많이 좋아하는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캐나다에서 산 김치도 슴슴하고 맛이 없어서 멸치액젓과 설탕을 다시 넣어야만 했습니다.
캐나다에 왔으니 여기에 맞게 적응해야겠지만 40년 넘게 길들여진 한식 맛을 쉽게 끊기는 어렵겠지요. 특히 친정엄마의 된장국과 시어머니 김치가 너무나 먹고 싶어요. 캐나다에 와서 시차까지 차차 적응하며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데 음식에 한해서는 한동안 한국을 많이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떡볶이 떡 판매하는 곳을 꼭 찾아내려고요. 아이들이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거의 울부짖는 중이거든요. ㅎㅎㅎ 한식은 사랑입니다.
한식이 사무칠 때 라면으로 긴급수혈중입니다. ㅎㅎ
이번 글이 다음 메인과 브런치 메인에 오랫동안 올라 단일글로는 처음으로 약 47천회의 조회수를 기록하였습니다. 캐나다 생활에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도움이 되고자 올렸는데 이렇게 메인에 노출이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브런치팀 감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