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이들이 햄스터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캐나다에 오자마자 애완동물 가게(pet shop)를 찾아 헤매던 이야기 혹시 기억하시나요? 애완용 도마뱀 레오파드 겍코와 햄스터 각 한마리씩 집으로 입양해 왔는데 햄스터 요고 요고 얼마나 귀여운지 자랑하고 싶어요 ㅎㅎㅎ
품종 : 골든 햄스터
성별 : 암컷
나이 : 입양 4개월차(나이는 모름...햄스터의 수명은 약 2년 이라고 해요. 너무 짧아요 ㅠ.ㅠ)
이름 : 김모찌 (방탄소년단 지민의 별명인 모찌에서 따옴. 성은 우리집안이 김씨라 ㅎㅎㅎ)
특징 : 귀여움
장점 : 귀여움
단점 : 치명적으로 귀여움
별명 : 심장폭행범(큰아이가 지음)
좋아하는 것 : 과일, 야채, 견과류, 마른 식빵 등등 (입이 짧은 대신 자주 먹음)
싫어하는 것 : 간지럼
위의 두 사진은 아마도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찍은 사진 같아요. 기분이 좋으면 귀를 쫑긋 세우는데, 이때는 왜 기분이 좋았을까???
저는 어릴 때 햄스터를 두 번 키운 경험이 있답니다. 첫 번째 키웠던 햄스터가 지금 키우고 있는 골든 햄스터였는데 골든 종이 성격이 둥글둥글 순한 것 같아요. 첫 번째 키우던 햄스터도 사람을 참 잘 따르고 물지 않았거든요. 두번째에는 아주 작은 회색의 햄스터였는데 암컷과 수컷을 함께 키웠더니 사람을 따르지 않고 둘이서만 놀더라고요. 게다가 성격도 고약했어요. 새끼를 낳았다가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새끼를 잡아 먹어버렸거든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바로 가게로 되돌려 준 기억이 나요.
뭐 훔쳐 먹은겨???
너 웃는거 맞니? ㅎㅎㅎㅎ
눈빛이 어찌나 똘망똘망 한지 하버드 대학 보내야겠다!
엄마 재워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아기같은 모습 ^^
햄스터는 한 마리만 키워야 사람과 유대감이 금세 생겨납니다. 암컷과 수컷을 같이 키우면 둘만 놀기도 하고 발정시기가 되면 암컷 혹은 수컷이 상대 햄스터를 엄청 괴롭(?)혀요. 모찌를 입양한 후 아이들에게 하루에 한번 의무적으로 모찌와 놀아주라고 했어요. 햄스터는 야행성 동물이라 낮에는 쿨쿨 자고 밤 7시에서 8시경 깨어나서 활동하기 시작해요. 그래서 8시경쯤 같이 놀아줍니다. 모찌가 사는 집의 문을 열어주면 알아서 쪼로록 나온답니다. 제가 '모찌, 모찌야~'하고 부르면 제게 달려올때도 있어요. 저를 제일 잘 따르는데 그 이유는 항상 먹을 걸 제가 주거든요. ㅎㅎㅎ
함께 놀때는 20여분정도 풀어주고 지켜봅니다. 햄스터는 먹이를 입안에 모아두었다가 조용한 은신처 같은 곳에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이 있어요. 그래서 풀어주면 바닥을 훑으며 먹이를 찾아 다녀요. 바닥에 먹이를 조금씩 뿌려 놓아주면 돌아다니며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답니다. 집안 어딘가 숨어버리면 찾기도 어렵고 똥도 많이 싸 두기 때문에 그런 곳은 막아두고 있어요. 그리고 깜짝 놀라면 오줌을 지리거나 똥을 싸기 때문에 너무 놀래키면 안된답니다.
사람과 노는 걸 좋아해요.
펫샵에서 먹이와 간식을 사서 주고 있지만 가끔 딸기나 사과 같은 과일을 아주 소량 주기도 하고, 식빵의 꼬투리를 말려서 간식으로 주기도 해요. 빵은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것 같아서 요즘은 조금씩만 줍니다. 햄스터는 사실 잡식성이라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그래도 과자 같은 건 관리를 잘 해야 해요. 한번은 바닥에 초콜릿 봉지가 있었는데 모찌가 아몬드 초콜릿을 입안에 넣고는 저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엄청 도망다니더라고요. 초콜릿은 몸에 안좋다는 걸 본인도 아는가봐요. ㅎㅎㅎ 초콜릿은 강제로 입에서 빼내야 했답니다. ㅠ.ㅠ
햄스터는 깨끗한 동물이예요. 저녁에 눈을 뜨면 먼저 그루밍부터 해요. 똥을 많이 싸서 냄새가 날 것 같지만 늘 혀로 구석구석 닦아주기 때문에 털 냄새는 은근히 꼬수(고소)하답니다. 미지근한 수건으로 닦아 줄 때도 있지만 자주 닦지는 않아요. 본인의 침에서 아마도 병균을 막아주는 좋은 성분도 포함되어 있을 거거든요(사람의 침도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분해하는 성분이 있답니다).
어디선가 잔뜩 파밍해온 모습, 볼 주머니가 먹이로 두둑하네요 ^^
요놈! 왠지 벌 받고 있는 듯한 저 모습은???
가끔 저에게 혼이 날 때도 있어요. 초콜릿을 몰래 훔쳐 먹었을 때, 케이지 말고 똥을 싸두었을 때, 말을 못알아듣는다고 해도 말로 혼을 내요. 이뻐할 때도 혼을 낼 때도 모찌에게 말을 많이 걸어 주어요. 말 못하는 동물이라도 저 사람이라는 큰 짐승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돌봐주는지는 다 아는 것 같아요. 제가 이마에 뽀뽀해주면 좋아해서 '골골골' 소리 같은게 나기도 해요. 골든 햄스터는 참 소리를 내지 않아요. 예전에 키운 작은 회색 햄스터는 찍찍찍 소리를 내곤 했는데 골든이는 소리를 안낸답니다. 근데 골골 소리를 내긴 내요.
품에 안으면 꼭 아기처럼 안겨 있답니다. 물론 잠시뿐이지만 ㅎㅎㅎ
맛있는 걸 먹거나, 쓰다듬어 줄 때 기분이 좋은지 저렇게 귀를 뒤로 쫑긋 세운답니다.
내 책상 위의 햄스터
햄스터는 강아지나 고양이보다 손이 덜 가기 때문에 여러모로 키우기 편한 애완 동물이에요. 우리집에 처음 왔을땐 겁이 많아 가족들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도 나곤 했어요. 하지만 규칙적으로 놀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먹이도 주니 점점 따르더군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모찌에게 이유 없는 애정을 쏟아 붓는걸 보면...사람은 반드시 사랑해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동물도 사랑을 주면 다 아는 것 같아요.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잘 지내다가 제 수명에 맞게 호상(?)을 치뤘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