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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Dec 25. 2022

눈폭풍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캐나다와 미국은 스노스톰(눈폭풍)으로 난리를 치르는 중입니다. 제가 사는 런던은 체감온도가 영하 38도까지 떨어졌고 위쪽 지방은 영하 40도, 50도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토론토에서 런던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눈이 많이 쌓여 일부 구간이 통제되었고 미국에서는 70중 추돌사고도 있었다고 하니 눈폭풍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어요. 캐나다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은 휴가기간이라 가까운 중남미로 여행 가는 분들도 많아 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며칠째 발이 묶여 있다고 뉴스에도 나오네요. 가족과 성탄절을 보내고 싶어 한국에서 오는 한인 가족들도 많아서 모두들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스노스톰 소식이 있을 거라고 지난주부터 기상 예보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어요. 런던은 눈이 쌓이면 제설작업이 금방 이뤄지는데 이번 폭풍 기간 동안에는 제설작업도 쉽지 않은지 도로가 온통 꽝꽝 얼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인데 집안에만 콕 박혀 있어 갑갑해할 아이들을 위해 시내라도 잠시 나가볼까 외투를 입었다가도 바람도 세고 제설도 안된 길을 나설 용기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집에서 얌전히 크리스마스를 나고 있네요.

스노우 스톰 첫날 오전, 슬슬 눈이 휘몰아치더니 금새 집 앞에 눈이 쌓였습니다
대문 앞까지 눈이 저리 쌓인 건 처음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집안 온도가 갑자기 19도 밑으로 떨어지면서 난방이 돌아가지 않는 불길한 기운에 남편과 저는 좌불안석이었어요. 남편은 혹여나 이 혹한기에 보일러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닌가 싶어 컨트롤러 세팅도 살펴보고 지하 보일러실도 여러 번 왔다 갔다 했지요. 진짜 보일러에 문제가 생긴 거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더구나 이런 폭풍 속을 뚫고 수리를 해 줄 수리공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지요. 다행히 반나절 만에 남편이 점화 접속 불량 문제를 찾아내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휴우... 어찌나 놀랐었는지...



밖은 저리 눈 난리여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운치는 있더라고요. 작년에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크리스마스를 맞아 크리스마스 장식이며 산타할아버지 선물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넘어간 게 영 마음에 걸렸었기에 올해는 한국에서 가져온 크리스마스 짐을 풀어 최대한 기분을 내 봤습니다. 캐나다의 다이소인 달러라마에 들러 저렴하게 장식용품도 몇 개 구입했고요. 크리스마스트리는 캐나다에서 구입하려고 일부러 가져오지 않았는데 헉... 트리 가격이 만만찮아 올해는 패스했어요. 약 1.8미터짜리 트리가 300불(약 30만원)에서부터 시작하더라고요. 조금만 키가 커지면 400불, 500불이 훌쩍 넘어가네요. (차라리 측백나무를 사서 키울까나...)


달러라마에서 3불 주고 산 선물 양말들
귀여운 루돌프 사슴은 4불 주고 데려왔어요. 금빛 별은 한국에서 가져온 것



크리스마스이브용 만찬은 새우로 결정! 눈폭풍이 오기 직전 부랴부랴 코스트코에 갔더니 대하를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한 팩 구입했는데 일부는 소금구이를 하고 일부는 기름에 바싹 튀겨 고추와 마늘로 볶아줬더니 훌륭한 메뉴가 되었네요.  네 식구 배불리 먹고도 두 마리가 남았답니다.



자아... 배도 부르겠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넷플릭스에서 크리스마스용 가족 영화를 검색하니 스쿠르지 영감이 있더라고요. 생각 외로 아이들이 재밌게 봐서 다행이었어요. 전 스쿠르지 영감 이야기는 이제 조금 지겨워요 ㅎㅎㅎ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스쿠르지 영감 애니메이션을 감상했어요.
영화 보고 난 후 아이들은 마리오파티 게임을, 나와 남편은 추억의 게임 1945를 했네요 ㅎㅎ


하지만 눈 내리는 겨울밤에는 요 그림 맞추기가 최고라는 거! ㅎㅎㅎㅎ (이거 제 패임. 17점으로 나서 이겼습니다 ㅋ)



밤이 늦어 아이들을 씻긴 후 잠자리에 들게 합니다. 둘째가 산타할아버지는 열두 시에 도착하니 그때까지 잠을 안 자겠다고 하여 스노스톰이 심해서 산타할아버지가 과연 무사히 집에 들렀다 가실지 걱정이라고, 열두 시까지 도착하긴 힘드실 테니 자고 일어나 보자고 다독여 봅니다.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이미 잘 알고 있는 큰 아이는 동생을 위해 비밀을 잘 지켜주네요. ㅎㅎㅎ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아이들이 거실에 놓여 있을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보고 무척 행복해할 테 지요. 산타할아버지는 무적이시라 분명 선물을 놓고 가실 거라 믿어요.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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