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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Sep 30. 2022

캐나다에서 닭발이 먹고 싶을 때

캐나다에 온 후로 닭발이 그렇게도 먹고 싶은 날이 종종 있습니다. 우리 남편과 아이들도 매콤한 닭발을 참 좋아해서 한국에 있을 땐 자주 만들어 주었답니다. 아이들이 매운 걸 잘 못 먹던 꼬꼬마 시절에는 친정엄마가 해 주시던 간장 양념을 벤치마킹해서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곤 했어요. 간장으로만 양념해도 닭발은 맛있었답니다. 제가 살던 도시에서 30분 거리에 전통시장이 있어서 구경도 할 겸 장도 볼 겸 가끔 들르곤 했는데 시장에 있는 정육점에서 꼭 뼈 없는 닭발을 몇 팩씩 사 오곤 했어요. 당장 먹을 치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저장해두었다가 오래도록 요리해 먹었지요.


캐나다에 와서 보니 우리나라처럼 뼈 없는 닭발을 파는 곳이 없네요. 토론토나 밴쿠버 같은 대도시에는 한인마트가 많으니 무뼈닭발을 취급하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런던에는 팔지 않아요. 무뼈 닭발을 파는 한식당이 있긴 하지만 가격이 만만찮지요. 그나마 다행스럽게  한국 식재료를 파는 중국 마트는 닭발을 팔긴 합니다. 다만 캐나다 닭의 발이 한국 닭보다 훨씬 크다 보니 선뜻 집을 수가 없었답니다. 비주얼도 좀 징그러워서 도통 손이 안 가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요 며칠간 닭발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겁니다. 하여 9개월 만에 용기를 닭발을 샀습니다. 한국에서 주로 구입한 무뼈 닭발은 간단히 세척만 하고 양념해서 만들었는데 캐나다 닭발은 어떨지 몰라 일단 사전 작업을 했어요. 냄새를 잡기 위해 밀가루로 박박 씻고 식초 물에 5분간 담가 둔 후 팔팔 끓는 물에 월계수 잎을 넣고 10여 분간 삶았습니다. 끓인 물을 버리고 닭발은 찬물에 씻은 후 고춧가루와 간장, 다진 마늘 등등으로 양념을 한 후 무쇠 웍에 보글보글 끓여냈지요.  



초벌로 끓일 때까지 미처 몰랐습니다. 닭발을 삶으면 비주얼이 더 충격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헉... 이것은... 지옥의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악마의 손이련가...


씻으려고 꺼내보니 모습이 더 참혹합니다... 일단 손톱부터 깎아보자꾸나


어릴 적 선생님께서 왜 손톱 검사를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는... 악마의 손가락이 이리 순해졌어요


양념을 하니 순한 맛 악마의 손이 한결 음식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맵지 않은 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비주얼을 보강합니다


보글보글 끓이고 나니~~ 이야~반갑다 친구... 아니 닭발아~~


짜잔~~~ 엄청 맛있는 닭발이 되었어요!!!



캐나다 닭들은 꽤 자유롭게 컸는가 봐요. 운동을 많이 해서일까 사이즈도 크지만 뼈에 붙은 살들이 어찌나 단단하게 붙어 있는지 발라 먹기가 좀 어려웠어요. 한국의 식당에서 파는 닭발은 흐물흐물 잘도 떨어지던데요.

그래도 닭발은 언제나 옳아요! ㅎㅎㅎ

온 가족이 입술 주위에 빨간 양념을 묻혀가며 너무나 맛있게 먹었답니다.


캐나다에서 닭발이 먹고 싶을 땐... 약간의 용기를 가지고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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