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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Aug 23. 2023

꼭 그래야만 했을까

나는 변화를 최대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시도는 그 자체로 존중받고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 하지만 브런치 개편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브런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글쓰기 플랫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글쓰기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탓인지, 글쓰기 플랫폼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일기 쓰기나 익명으로 자유로운 글쓰기 어플도 많지만 가장 유명한 것 위주로 추려 본다면 네이버는 작년에 프리미엄콘텐츠를 론칭했고, 교보문고 역시 창작의 날씨를 만들었다. 브런치와 꿍짝이 잘 맞았던 밀리의 서재 역시 자체 플랫폼 밀리로드를 올해 만들었다. 브런치 외부적으로 경쟁상대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브런치 내부적으로도 오래전부터 유료화, 수익화에 대한 작가들의 요청이 끊임없었다. 그리고 벌써 11회를 향해 달려가는 브런치 출판 이벤트에서 수상한 작가들이 꽤 많은데 에세이 경쟁이 심화되어 그런지 베스트셀러 작가를 초기에 비해 배출하지 못하는 듯도 하다. 게다가 구독자가 천 명 단위로 인기 있는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글은 써서 브런치로 독자를 유입시켜주기는 하지만 막상 품을 들여 글을 써도 원고료조차 없으니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브런치가 내외부적으로 많은 부침이 있어 왔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는 말이다. 내외부 고객을 만족시키면서도 브런치가 지속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를 브런치스토리로 개편을 감행했을 것이고, 자신들이 원고료를 줄 수는 없으니 독자가 비용을 줄 수 있도록 응원하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독자가 비용을 들이게 되면 그만한 양질의 콘텐츠를 브런치가 내 보여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꼭 지금의 모습으로 개편해야 했을까... 정말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수많은 작가들이 브런치를 택하는 이유는 유일하게 순수한 글쓰기가 가능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비록 수익이 없어도, 인기가 없어도, 순수하게 글쓰기 그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브런치였다. 한데 지금은 작가들을 카테고리화하는 바람에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만 조성했다. 순수하게 글 쓰기를 즐기던 작가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브런치는 왜 굳이 검열과 관리를 선택한 것일까. 브런치는 수익화 모델을 위해 작가들을 카테고리화하고, 그 가운데 일부 작가를 선별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브런치 대표 브랜드 작가를 발굴해서 브런치 위상을 높이는 것이고(그래서 유명 작가들이 브런치를 떠나지 않게 붙들고), 둘째는 대표 브랜드 작가들에게 일일이 원고료를 줄 수 없으니 다른 루트로 원고료를 주는 것이다. 굉장히 올드한 매니지먼트가 아닐 수 없다.


브런치는 이제껏 유튜브와 비슷하게 운영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듯 일정 자격만 있으면 모두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 그리고 브런치 자체의 알고리즘에 따라 노출을 시킨다. 그럼으로써 다음의 콘텐츠가 지속되도록 함과 동시에 인기를 얻는 작가가 생긴다. 다만 유튜브 식 운영의 문제는 브런치 입장에서 수익은 별로 되지 않는데 인기의 자유를 독자에게 주었더니 이혼이나 고부갈등, 퇴사 등 천편일률적이고 자극적인 주제의 콘텐츠들만 자꾸 부각되어 이 또한 브런치 내부적으로 비판이 일게 만들었다.


그래서 결국 브런치가 생각해 낸 방법이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언론매체의 방식이었다. 오마이뉴스는 독자가 기사글을 제공하면 편집부에서 심사하여 기사화하고 등급에 따라 원고료를 지불한다. 그리고 독자가 좋은 뉴스라고 생각하면 일정 금액을 기자의 기사글에 지불할 수 있다. 이때 오마이뉴스는 그 금액에서 일부분 수수료를 뗀다. 지금 브런치가 만든 개편이 꼭 같은 시스템이다.


다만 차이점은 오마이뉴스의 경우 자체적으로 기사에 대한 원고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검열에 대한 권리가 생겨난다. 브런치는 다음에서 운영하니 다음 등 노출에 대한 콘텐츠 선별 권리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검열(선별)의 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차라리 네이버처럼 작가가 자신의 글을 유료화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담당자들이 분명 이 점을 고민하지 않을 리 없다. 경쟁사라 똑같이 개편하면 자존심이 상했던 걸까. 이왕 오마이뉴스를 벤치마킹 할 거였다면 작가를 브런치가 선별할 것이 아니라 독자가 판단하도록 하면 어땠을까. 작가들에게 자신의 글에 응원하기 기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더라면 지금처럼 브런치가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브런치의 선택은 꼭 대기업의 꼼수 같다. 적절히 안전한 길을 모색했다. 그래서 실망이다. 개편 내용이 경직된 조직문화에서나 나올 법 하다. 여러 명의 고민과 합의에서 온 개편안 같지가 않다. 높으신 분이 그냥 이대로 진행하라고 해서 한 것 같다. 브런치에서 밀리의 서재를 보고 좀 배웠으면 싶다. 젊고 통통 튀는 에디터들이 정말 재미나고 참신한 기획을 많이 하더라.


요즘은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이 영 재미가 없다. 내 글이 돈이 되지 않으면 가치를 잃어버릴 것 같다. 금액적인 생산성 없는 글을 쓰는 나는 퇴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서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돈 안 되는 글을 쓰는 것이 가족들에게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지금은 대놓고 브런치가 나를 벼랑으로 몰고 가는 기분이다.



(글이 두서가 없는 이유는 잘 쓰고 싶은 의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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