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네스 Jan 18. 2022

결혼 후 가족관계의 변화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에 적응하는 법

결혼을 하고 난 뒤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많다.


수면 위에서는 우아하게 유영하는 백조가 수면 밑에서는 끊임없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처럼

마냥 행복했던 우리 가족을 지탱하는 힘은 부모님의 부단한 노력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부모님의 수입이 얼마였고, 우리가 소비하는 양이 얼마였는지 가늠해본 적이 있었나?

막연히 우리 가정형편이 어느정도인지를 추측해봤을 뿐이다.

심지어는 남들에 비해 좋지 않은 형편을 두고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결혼 후 조금은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면서,

내 가정이 생기고 우리의 수입, 지출을 내가 관리하게 되면서

서서히 부모님의 노력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마음을 다해 행복만을 주고 싶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때마다

부모님께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부족함 없이 받아왔던 나는

부모님에게 얼마나 큰 짐이었을까?


마음이 먹먹해져서 엄마에게 전화를 해본다.

"밥은 먹었니?"

통화음이 끊기기 무섭게 내 걱정부터 하는 목소리에 눈물을 삼켰다.


대화거리가 없어 입에서 맴돌던 '아빠'를 불러본다.

"우리 딸 잘 지내지?"

어색한 듯 멋쩍게 말하는 아빠의 말 한마디에 진심이 가득하다.


그동안 효도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30년이 넘는 세월 나를 향해 그들이 쏟아부었던 노력에

콧방귀를 뀔 만큼 사소한 노력으로 '효도하는 척'을 해왔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척'에 행복해하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해왔다.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나.



작가의 이전글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말은 참기로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