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승호 Mar 14. 2024

은퇴 후"관계 맺기"

사진: UnsplashCytonn Photography


은퇴 후에는 관계 맺기가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이다. 직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가부장적이냐 아니면 탈 가부장적이냐, 사회에서는 갑질 행위를 하느냐 또는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배려하느냐 따라 관계 맺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다른 사람보다 일찍 출근하다 새벽에 출근하여 조기 근무하는 20대 동료를 만났. 비록 같은 팀은 아니지만 벌써 2년 정도 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서로 커피 한 잔 못하고 인사 정도만 나누면서 지내고 있는 사이다. 인사도 경직된 상태로 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를 피해 가는 모습이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는 혹시 어른이라는 갑질 행위를 했나라고 자문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보기로 마음먹고 있다. 분명히 나도 그 동료한테 배울 점이 많이 있을 텐데 어쩌면 나의 잘못된 처신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있는 줄도 모른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마시며 농담도 해가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금 20대들의 사고와 관심사를 알 수 있고, 그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시대적 흐름을 예측하면서 노후 설계를 잘할 수 있을 텐데····  


 아무튼 빠른 시일 내에 꼭 한번 만나 봐야지 하면서 오늘도 눈인사만 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출근체크를 하고 경상 관리반으로 올라왔다. 청소를 끝낸 후 커피를 마시며 멍 때리고 있으면 동료들이 출근한다. 그중에 30대 중반인 막내 동료가"까" "다"로 인사하며 들어온다. 완전히 군대식 말투다. 듣기가 거북하다고 해도 4개월째 쓰고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긴장을 늦추면 어르신들에게 실수할까 봐 그렇단다. 상명하복의 위계 체계로 경직되게 움직이는 경상 관리반으로 보일까 봐 걱정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첫 대면에 아들과 나이가 동갑이며 그렇게 느껴진다고 한 말이 잘못된 것 같다. 아빠처럼 편하게 생각하라고 했던 말인데, 오히려 긴장과 어려움으로 각인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상대방을 고려하면서 대화하고, 나이 차이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어야 되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부러 농담도 하고 생활밀착형 이야기도 해보는데 말투가 쉽게 부드러워지지 않고 있다.


 이렇듯 첫 대면에 아무 생각 없이 내 편한 대로 상대방을 대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반성하고, 그 동료에게 보다 더 친근감을 갖고 대하면서 일상의 말투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경상 관리반은 점심때 구내식당에서 제일 먼저 식사를 한다.  그리고 다른 팀의 조기 근무자들도 함께 식사를 한다. 그중에 40대인 동료와 가끔 배식 줄에서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항상 순서를 양보해 주니 쑥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도 소용이 없다. 예의범절도 좋지만 나는 진심으로 이런 양보를 받기 싫다. 여러 사람 눈에는 갑질이나 권위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부담 없는 관계를 맺고 싶은데 상대에게는 내가 접근하기 힘든 사람인 모양이다. 평상시 대화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장유유서 같은 꼰대 이야기와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름의 처세 기준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빈틈이 없고 자기중심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까탈스러운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앞으로는 조금 더 소탈해지면서 상대방이 편하게 말을 건네 올 수 있도록 언행에 변화를 주어야 될 것 같다.


 저희 회사는 업무 특성상 5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과 소통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일의 능률이 달라지고, 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준다. 그리고 많은 사회적 경험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잘 따질 뿐만 아니라 직급이 없고 모두 같은 동료 입장에서 근무를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서로 자존심 싸움이 강하다. 그래서 관리자는 편애편증은 절대 하지 말아야 되고 업무의 안배도 불평불만이 없도록 잘해야 된다.


 지난 년 말 회식 때 나름 절친이라는 동료가 술 한 잔 마시고 왜 자기한테 일을 많이 시키냐고 따져 물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대답 대신 웃어넘겼다. 집에 와서 골똘히 생각해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잘하니까 내가 편하자고 다른 사람보다 많이 시킨 것 같았다.


 여기서 내가 편하자는 것은 일에 대한 신경을 덜어보자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아무리 절친이라도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내 생각만 하는 처신은 잘못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60대 후반인 나는 초반인 사람들과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자랑을 늘어놓기도 하고, 가끔씩 노후 생활을 의논할 정도로 다른 세대보다 자연스럽게 지내고 있다. 농담은 물론 술자리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주무관을 만나고 온 동료 한 사람이 내게 버럭 화를 내면서 시비를 걸었다. 갑작스레 닥치는 일이라 나도 같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주변 동료들의 만류로 몸싸움까지는 안 했지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퇴근 무렵 60대들의 티타임을 가졌다. 그리고 그 동료에게 무엇 때문에 화를 냈는지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사연인즉 내가 전달했던 사항이 자기에게 혼선을 주어 주무관에게 무시당하고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화를 내면 되겠느냐? 하면서 나도 혼선을 주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물론 그 동료가 화를 먼저 냈지만, 잘잘못을 떠나 나이 많은 내가 참으면서 이유를 물었어야 되는데, 같이 화를 내면서 싸우자고 한 것은 잘못된 행동인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여유를 갖고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음의 수양을 쌓아야 되겠다.


  일반적으로 관리자는 신입 직원이 들어왔을 때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대한다. 다시 말해 보이는 데로 내가 편한 대로 경험치로 첫인상을 평가하고 판단하면서 대면한다. 


 함께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기준으로 능력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업무 배치 및 지시를 한다. 나도 그런 경향이 있다. 같은 사람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타고난 소질이나 재능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고 그것을 토대로 적재적소에 업무 배치를 하여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을 텐데,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그렇지 않다.


 나 자신부터 반성하면서 신입 직원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들까지도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제삼자적 입장에 서서 보는 관리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관계 맺기는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인연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식으로 쉽게 생각하면, 가정에서는 외롭고 사회적으로는 외톨이가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된다.


 

작가의 이전글 은퇴 후 "사고의 전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