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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Mar 13. 2021

머물렀던 자리에 대한 책임

나는 이런 걸 못 참겠다.


왜 사용한 휴지가 휴지통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 앞에 떨어진 채로 있는 것인가.

왜 화장실 휴지는 어디에 사용된 것인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왜 사용한 핸드타월의 조각은 세면대 아래 떨어져 있는 것인가.

왜 핸드타월 디스펜서 휴지통에 테이크아웃 커피 컵이 박혀있는 것인가.

왜 아파트 담배꽁초용 항아리 주변으로 그렇게 많은 꽁초들이 떨어져 있는가.




내가 사용한 휴지를 휴지통에 잘 넣어야 하는 것. 

들어가지 않고 바닥에 떨어졌으면 다시 주워서 넣어야 하는 것.

내가 사용한 휴지는 한두 번은 접어서 버리는 것.

핸드타월 사용하다 찢어지거나 조각이 떨어지면 주워서 버리는 것.

테이크아웃 커피 컵은 당연히 일반 쓰레기통으로 가야 하는 것.

담배꽁초도 당연히 전용 항아리에 잘 넣어야 하는 것.


사용자의 책임이자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지킨다고 생각한다. 

상식을 잃어버린 일부 사람들에 의한 것일 테다.

상식이랍시고 대놓고 강요하면 꼰대가 되는 세상이다. 그럴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내가 좀 유별난 것인지, 그 모습을 그대로 지나치는 게 잘 안된다. 특히나 회사 화장실에서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장면이 눈에 띄면 내가 민망하여 그냥은 못 넘어간다. 보는 눈도 없으니 내 성격대로 한다.


내가 이용하게 된 화장실 칸에 밖으로 흘러있는 휴지가 있으면 내가 사용한 휴지를 버리면서 같이 휴지통 속에 꾹 눌러 버린다. 마음이 바빴던 누군가에 의해 사용된 휴지가 민낯을 드러내고 있을 때면 내가 사용한 휴지로 가려주거나, 그게 잘 안되면 휴지를 좀 뜯어서 가려준다. 눈이 불편한 건 나까지만, 내 다음 사람은 안 본 눈으로. 특히나 화장실 청소를 해주시는 미화 직원분께 심적인 불편함은 드리고 싶지 않다. 핸드타월이 세면대 주변에 떨어져 있으면 내 손 닦은 타올로 주워서 같이 버린다. 가끔 굳이 화장실 핸드타월 디스펜서 휴지통에 꾸역꾸역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이 있으면 집어다 일반쓰레기통에 버린다. 도대체 이렇게 버려야 했던 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하면서... 혼자만의 유난을 떤 뒤 마무리는 깨끗하게 손 씻기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는 지금처럼 공용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어지고 정책적으로 청결하게 관리되기 전부터 있었던,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자는 메시지였다. 당시 참 잘 만든 말이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저렇게 혼자 유난을 떠는 것은 내 성격 탓일 뿐 저 문구와는 관계가 없다. 아름답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성격 상 그 순간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 것이다. 


약간은 오글거리는 아름다움이란 표현을 떠나서, 내가 머물렀던 자리. 내가 자주 머무르는 곳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화장실을 얘기하긴 했지만 비단 그곳뿐 아니다. 공원을 가든, 캠핑을 가든, 식당을 가든,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어디든 내가 머물렀던 곳이라면 한번 둘러보고 흔적까지 잘 챙겼으면 좋겠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는 꽁초 통에, 길에는 침을 뱉지 않아야 한다. 




P.S. 갑자기 공공 캠페인 같은 글을 쓴 나 자신이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살짝 부끄러워진다.


*메인사진: pixabay by lyperz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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