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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Apr 16. 2021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아이유에게서 위로받다

아이유의 노래, Celebrity를 좋아한다. 아이유만의 목소리와 분위기, 가사도 참 좋다. 출퇴근길에 여러 번 들었는데 오늘 아침 문득 특정 가사가 귀에 꽂히며 눈물이 왈칵 솟았다. 만원 지하철 속 디딜 곳 잃은 내 다리는 발레리나 준비자세 같은 모양새였고 몸은 사방에서 눌려 호흡곤란이 올 지경이었는데 그 와중에 눈물이라니. 눈을 연신 깜빡여서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게 수습하고 좁은 틈 사이로 가사를 찾아보았다.


< Celebrity _가사 일부>
넌 모르지

떨군 고개 위

환한 빛 조명이

어딜 비추는지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넌 모르지

아직 못다 핀

널 위해 쓰여진

오래된 사랑 시

헤매도 좋으니

웃음 짓게 되길


발자국마다 이어진 별자리

그 서투른 걸음이 새겨놓은 밑그림

오롯이 너를 만나러 가는 길

그리로 가면 돼 점선을 따라

잊지 마 이 오랜 겨울 사이

언 틈으로 피울 꽃 하나

보이니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이야




나는 보통사람 중 보통사람이다. 극히 평범해서 나를 특정하는  너무 어렵다. 아이디나 별명을 만들 때 혹은 특기 같은 거 써야 할 때 매우 힘든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특색이 있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명확하지가 않다. 그런 나에 대해 기록해보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것저것 시도해본다면서 SNS와 유튜브도 시작했는데, 그런 것들이 모두 타인의 반응을 먹고 자라는 일들이다 보니 방향을 알다가도 모르겠고 번번이 길을 잃는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남의 시각에 자꾸 초점을 맞춰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갈팡질팡하느라 자신감도 꾸준함도 탄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도 속으로 늘 나를 다독여왔다. 처음이니까 어려운 거라고,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고, 이 불확실함 속 고민은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헛된 시간은 아닌 거라고, 하다 보면 잘 될 거라고... 하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는 힘이 별로 없었다. 어쩌면 부족함을 진실로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욕심 내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바닷가 앞에서 모래성 쌓듯, 잘 다독이다가도 벽에 부딪히면 다시 상심하곤 했다. 




오늘 출근길 아이유한테서 상심했던 내 마음을 위로받았던 것 같다. 그의 몇 마디는 예고도 없이 불쑥 들어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헤매도 좋으니 웃음 짓게 되길'

'그 서투른 걸음이 새겨놓은 밑그림 오롯이 너를 만나러 가는 길 그리로 가면 돼 점선을 따라'


불현듯 힘이 난다. 그래, 마음을 비우고 내 서투른 걸음이 만든 밑그림을 믿어보자. 어떤 그림이 나올지 하루 하나씩 점을 그리며 살아보자. 느려도 좋고 헤매도 좋으니 욕심을 거둬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쫒아 계속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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