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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ul 15. 2021

엄마손에서 내손으로 내리는 사랑

"엄마, 나는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받으면 등이랑 허리가 아프거든.

책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등이 뭉치고, 학원에 앉아있으면 허리가 뭉치는 것 같아."


어린것한테서 그 말을 들으니, 근육통을 앓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내 맘이 어찌나 짠하던지.

어딘가 뭉치면 그 부위가 답답하고 결리지... 그 기분 나쁜, 불편한 통증 너무 잘 아니까.

당장 침대에 엎드리게 한 다음, 엄마손 안마기를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프다고 딱 그 부위만 마사지하는 건 인정머리 없지. 그곳을 중심으로 주변까지 싸~악 둘러서 안마해주면 아주 시원하고 좋을 거였다. 누가 나를 안마해 줬을 때 엄청 시원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딸아이가 말한 부위 말고도 어깨와 팔이 연결된 부위라든지, 어깨 아래 겨드랑이 부분, 또는 살이 많고 주로 앉아 있어 근육을 생각할 때 잘 떠올려지지 않는 엉덩이라든지, 그곳에서 허벅지 뒤로 내려오는 햄스트링까지. 잘 의식되지 않지만 움직임을 위해 하루 종일 숨어 고생하는 근육들을 살살 두들겨준다.


"아.... 시원해... 거기보다 조금 더 위로.. 어 거기서 조금만 오른쪽으로... 

어, 어 거기. 바로 거기야. 너무 시원해~~ 허리도 시원하고~~ 엉덩이도 시원하네~~~"


고작 11살짜리가 삭신이 쑤신다는 어른처럼 안마받으며 긴장 풀리는 소리를 내니, 안마를 해주는 나도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 팔이 아픈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을 때,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는 평발이어서 많이 걷거나 오래 서 있는 것에 취약했으나, 형편이 좋지 않으니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늘 발바닥부터 종아리까지 너무 아프고 발에서 불이 나는 것 같다며, 우리 삼 남매에게 돌아가면서 안마 좀 해달라고 하셨다. 철없던 나는 그런 엄마의 부탁에 반응이 들쑥날쑥 이었다. 어떤 날은 안타까워서 열심히 해드리기도 했지만, 귀찮다고 짜증 내며 하다가 관두라는 소릴 듣고 멈췄던 적도 많았다. 엄마의 발바닥은 안마하다 손이 쓰라릴 정도로 거칠고 뜨거웠다. 엄마는 성의가 느껴지면 좀 받다가 "내 새끼 손 아프니까 그만해라, 너무 시원하다." 했고, 귀찮은 티를 낸 날은 서운한 마음을 그대로 돌직구에 담아 날렸다. "자식새끼들 키워봤자 다 소용없어~ 느그들은 엄마 없으면 개털이여~~ 으이그... 못된 것들." 하고 말이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엄마도, 자식들이 피곤해할 때면 안쓰러워서 당신 힘든 줄 모르고 우리 다리를 주물러주곤 하셨다. 내 딸을 주무르고 있는 지금의 나처럼 나의 엄마도 내게 그랬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는 말은 진리였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서, 지나온 엄마의 세월이 어땠을지 조금은 헤아려 볼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이 힘든 육아를 어떻게 셋이나 했을까. 엄마는 어떻게 그런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을까. 자식들의 성의 없는 손길이 얼마나 서운했을까. 그때 엄마는 발이, 종아리가,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손에서 내손으로 사랑이 내린다. 그 사랑을 내 딸이 온몸으로 받는다.  

사랑이 담긴 손길에 시원해요를 연발하던 딸은, 그 정도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또박또박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시원하게 안마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희한하게 팔이 아프지 않다. 아이가 좋다니 나도 좋다. 엄마표 안마기가 더 꼼꼼하게 작동한다. 내 엄마에게도 이렇게 해 드렸어야 했는데. 코로나가 완화되고 친정에 놀러 가게 되면 꼭, 엄마에게 안마를 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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