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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ul 29. 2021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다

가슴에 새겨진, 58세 탁구 노장 니 시아 리안의 말

폭염과 코로나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름휴가를 맞았다.

6월에 이미 여름휴가 여행 계획을 마련했었지만, 아무래도 불안하여 올해는 아쉬워 말고 집콕하기로 일찍이 결정했고, 그렇게 휴가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것은 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집안일을 메인으로, 남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SNS를 하는 패턴으로 흐르고 있다. 밤에는 맥주 한잔에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난다. 부지런함과 루즈함의 경계에 있는 날들이다.




매일 덥다는 것 외에 별일 없는 날들 속에 시원한 영감을 주는 건 바로 올림픽이다.

1년 연기된 후 여전히 코로나의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는 2020 도쿄올림픽. 선수들의 입국부터 체류시설 등 여러 면에서 말이 많지만, 그래도 경기 하나만을 향해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때문에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하게 된다.


채널을 돌려가며 중계를 보다가, 아주 앳된 선수와 엄마뻘 되어 보이는 선수가 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경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엉? 이 경기는 뭐지....?


우리나라 탁구 막내 신유빈 선수와 룩셈부르크의 노장 니 시아 리안 선수의 경기였다. 신유빈은 17세였고 니 시아 리안은 무려 58세였다. 그 나이에도 국가대표로 뛸 수 있다니. 탁구라서 가능한 것일까. 41세 차이 두 선수의 경기를 관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험 많은 노장 선수의 플레이는 여우 같고 노련했다.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고도 구석구석 공략하며 공을 때리는 게, 자신의 나이와 체력을 감안한 플레이 같았다. 경기 흐름이 신유빈에게로 가니 에어컨 바람이 자신에게 너무 온다는 컴플레인으로 경기를 중단시키는 황당하고 얄미운 작전을 쓰기도 했다. 신예 선수 신유빈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와 수시로 정신을 가다듬으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참 야무져 보였다.


니 시아 리안은 휴식 때마다 물 대신 콜라를 마셨다. 경기 중에 탄산이 잔뜩 든 콜라를 마신다고? 노장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었다. 경기하는 동안 당을 보충하는 방법 같았는데, 그렇게 검은 물을 마시는 선수를 여태껏 본 적이 없어서 너무 신기했고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는 7세트까지 접전으로 이어졌고 결국 체력과 집중력에서 우세했던 신유빈 선수의 승리로 끝났다. 두 선수가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멋졌는데,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니 시아 리안 선수가 한 말은 정말 깊은 감명을 주었다.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 즐기는 것도 잊지 말고요.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 앞에서 종종 늦은 시기, 늦은 나이를 탓하곤 한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시도할 때 쉽지 않은 것은 내가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기 때문임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있다. 익숙한 것은 쉽지만 낯선 것은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도전은 그런 낯선 것에 익숙해지고 숙련되는 과정일 것이다.


비록 졌지만 오늘이 가장 젊은 날임을 한번 더 일깨우며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에서, 최선을 다한 이의 후련함과 도전 정신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니 시아 리안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의 나도 내일보다 젊으니 무엇이든 즐기면서 도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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