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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Aug 07. 2021

칭찬 연습이 아직 더 필요해

칭찬할 때는토 달지 않기.

퇴근길 지하철역에 들어서는데 옆을 지나가는 한 사람의 전화 통화가 들렸다.


"어이구~ ㅇㅇ이가 정말 그렇게 했어?

너무 잘했다.

근데 우리 ㅇㅇ이, 그거 형아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거 알지? 

응~ 그래 잘했고 엄마가 빵 사서 금방 갈게!"


아이에게 그저 잘했다고, 고맙다고만 해주면 아이는 더 기뻐할 텐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건 어른의 기준일 뿐인걸.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지만,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은 어린 마음에 실망감이 들진 않았을까. 내 속으로 괜한 오지랖을 피웠다.




집에 도착하니 딸이 나를 반기며 자랑하듯 말했다. 


"엄마, 나 오늘 티브이 한 번도 안 봤다~!" 

"진짜? 잘했네~. 근데 그건 더 볼 만한 만화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니야?"


딸이 입을 씰룩이며 "아니거든~!!" 한다.



지하철역 그분이나 나나 똑같았다. 내가 하는 건 모르고 남이 하는 건 잘도 지적하니 제삼자가 바라보게 만드는 육아 프로그램들이 나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왜 오롯이 칭찬만 하지 못하는 걸까. 칭찬하는 말 끝에 '그런데' 또는 '하지만'이 붙으면 앞에 했던 칭찬의 말은 힘을 잃는다. 나도 딸에게 "잘했다. 오늘 티브이를 안 봤으니 우리 딸 피곤한 뇌가 좀 쉬었겠네." 정도로 아이 마음 그대로 알아주기만 했더라면 좋았을걸. 꼭 그렇게 폄하하는 말을 덧붙여야 했을까. 


마음보다 칭찬에 인색하게 할 때가 많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아이들은 언제나 칭찬받기를 원하고 어른들은 언제나 조금 더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육아는 '기대를 내려놓고 기다리는 일'이라고 하는데, 기대를 너무 내려놓으면 자칫 무관심과 방관으로 흐를 것 같고 내려놓지 않으면 잔소리가 끝도 없게 된다. 그 사이를 잘 조율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칭찬을 할 때는 토 달지 않고, 꼭 칭찬만 하도록 더 연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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