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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Oct 12. 2021

결국 ♥로 통하는 길

'좋아요' 표기가 없으면 어떨까


인스타그램에서 교류하다 보면 아주 이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좋아요를 눌러도 될까 싶은 순간들.

 

아파서 입원한 소식을 전하는 사람, 좋지 못한 일로 마음이 힘든 사람, 이별의 아픔을 꺼내놓는 사람,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사람, 우울감에 빠져있는 사람... 일상이 매번 좋을 수만은 없으니 그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는 이들도 많은데, '좋아요'로 공감을 표현한다는 게 나를 멈칫하게 한다. 플랫폼의 특성상 나의 좋아요가 쾌차하세요, 힘내요, 응원해요, 괜찮아요, 잘될 거예요.로 알아서 의미가 전달될 테지만, 아파서 링거 맞는 사진에 좋아요는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도 그 부분은 마찬가지다. 라이킷으로 공감 지수를 표현하는데 안 좋은 일을 겪었다는 글,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글, 투병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쓴 글에 라이킷을 보낸다는 것이 뭔가 맞지 않게 느껴진다. 물론 필자의 그러한 상황이 좋다는 게 아니라 그 글이 좋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을 한 번씩 하게 된다. 그에 비해 네이버 블로그의 '공감'은 무난하고, 유튜브의 '좋아요'는 영상에 대한 포괄적 감상의 표현이니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이 '좋아요'라는 표기 때문에 특히 인스타그램 상에는 늘 좋은 모습, 좋은 볼거리, 좋은 먹거리들만 넘쳐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좋아요가 관심의 표현이 되니 슬퍼요, 힘들어요, 아파요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공간. 뒤늦게 SNS를 시작한 초보가 이미 많은 이들의 생각이 거쳐간 소재를 새삼스레 떠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SNS를 할 때 느끼는 그 이상한 순간도 '좋아요' '라이킷'이라는 한국식 표현에서 오는 것 아닐까. 그 표기를 하지 않으면 어떨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이유는 그 모두를 하나로 통일하고 있는 기호 때문이었다.  


바로 ♥

하트. heart. 심장. 국어사전에서는 심장의 모양을 본뜬 무늬라고도 한다.


비어있는 하트를 꾹 눌러 채워주는 것으로서 공감을 표현하는 행위가 좋아요와 라이킷이라는 한글 문자로 함께 표기되고 있으니, 하트에 담기는 많은 감정들이 그저 '좋은 것'으로만 국한되어 버리는 듯하다. 특정 게시물에 하트를 채우는 행위만 두고 보면 기쁘고 좋은 소식은 물론이요, 슬픈 일 아프고 힘든 일에도 마음을 채워 표현해주는 것이 이상할 게 없는데 말이다.


누군가 내 게시물을(혹은 나를) '좋아한다'와 그렇지 않다로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내 얘기에 공감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보다 내 얘기를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더 크게 결부되어 보다 감정적인 접근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좋아요'라는 한글 표기가 없어도, 공감하면 마음(하트)을 채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저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어쩌면 SNS 플랫폼들이 지나온 역사를 모르는 초짜 이용자의 뒤늦은 북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할지라도 표면적인 한글식 표기를 굳이 따지지 않고 어떤 소식이든 내 마음을 울려준 누군가에게 하트 꾹 눌러 공감하는 것으로 이상한 좋아요를 걷어내려 한다. 중요한 것은 의연하게 나를 표현하고 유연하게 타인의 표현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진심으로 채우는 하트가 쌓여갈 때 그 공간에서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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