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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Oct 16. 2021

새벽의 힘

홀로 조용히 집중하는 1시간


아주 오랜만에 출근 전 새벽 1시간을 가졌다.

연휴 후 다시 시작된 업무일. 휴식의 기간이 저무는 출근 전날은 어김없이 잠을 설치게 된다. 밤 11시에 누웠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고 다시 시간을 확인한 게 12시 39분이었으니... 팔꿈치 아래팔, 무릎 아래 종아리가 무겁고 저릿해서 더 뒤척이기도 했다. 그렇게 두 시간여 만에 잠들었다가 화장실 가고 싶어 깬 시각은 4시 15분. 매주 일요일 밤과 연휴 마지막 날 밤은 대부분 이렇다. 월요병의 시작이다.


다시 일찍 일어나자는 다짐을 계속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4시 30분에 일어나겠노라 재차 결심했던 차여서 차라리 적시에 신호를 보내온 생리현상이 고마웠다. 눈꺼풀은 감겼지만 어차피 일어나야 하는 거 다시 침대에 눕는 위험한 행동을 물리치고, 바닥에 앉아 목, 어깨, 허리 다리 순으로 밤 사이 뻑뻑해진 관절과 근육들을 풀어주었다. 


자리끼로 떠 두었던 물을 한잔 들이켜고 거실로 나가 따뜻한 물 한 컵에 도라지차 티백을 넣었다. 구수하고 살짝 달큼하게 올라오는 향을 맡으며 책상에 앉아 조명을 은은하게 밝혔다. 다이어리를 펼쳐 날짜와 시간을 적고, 그 순간의 상념들을 조용히 써 내려갔다. 전 날 있었던 일, 아이들에 대한 생각, 우리 가족에 대해. 말려있던 로프가 풀리듯 여러 생각들이 노트 위로 흘러내린다. 차분하게 꾹꾹 눌러쓰는 행위. 한줄한줄 눈앞에 쌓여가는 텍스트들을 통해 머릿속이 정화됨을 느꼈다. 스트레칭한 후 글씨를 쓰니 손끝까지 힘이 들어가서 쓰기가 수월했다. 

 

일기를 쓴 후에는 전날 마무리하다 남긴 글을 열어 다듬었다. 뭔가에 조용히 집중하는 시간은 어찌 그리 쏜살같은지. 출근 준비해야 할 시간에 꽉 차서야 퇴고를 끝내고 발행했다. 주 1회 발행하던 글이 그마저도 더 뜸벅뜸벅 해 질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고 써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쓰기를 멀리하면 영원히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약해졌던 불씨를 되살려 주 2회 발행을 목표로 다시 전진이다. 언젠가 내가 원하는 모습에 닿게 되기를 바라며.  


이 새벽 1시간은 아침에 글을 발행했다는 뿌듯함, 지하철 인파 속에서도 차분한 마음, 다른 날보다 높은 집중력, 긍정의 기운이 감도는 하루를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힘이 이렇게 나를 또 한 번 일으켜 세운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가 지루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나에게 매일 아침 소중한 시간적 기회가 찾아와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 감사하고 그냥 물리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스로가 찾아낸 집중의 시간을 통해 충만한 하루를 선물 받는 일. 잠이 부족해도 그 시간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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