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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Dec 24. 2021

2021년 12월 24일 오후 5시 47분

8호선 역무원의 방송

퇴근길, 8호선 암사행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석촌역에 들어설 때 역무원의 방송 멘트가 귀에 들려왔다.


승객 여러분, 이번 한 주도 일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지내셨겠지만 좋지 못한 한 주를 보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일들 마음에 오래 담아두지 마시고 댁으로 귀가하시어 편안히 쉬시길 바라겠습니다. 여러분의 수고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됩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안녕히 가시기 바랍니다.


듣고 적어본 내용은 대략 이랬다. 더 좋았는데 다 담지 못했다. 멘트도 좋았지만 아나운서급으로 차분하고 단정한 역무원의 목소리라니. 코로나 조심하자, 마스크 착용 바란다는 통상적인 안내인가 했다가 심쿵하고 말았다.


수고 많으셨고 편안한 귀갓길 되시라는 방송은 들어본 적 있지만 좋지 못한 한 주로 지친 이들까지 챙겨주는 방송은 처음 들었다. 형식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진심이 느껴져서 위로받은 기분.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게 아쉬웠지만 정말 힘들었던 누군가에게 그의 이 꼭 닿았기를 바라본다.


그런데 방송 멘트는 역무원이 직접 쓰시는 걸까, 써주는 직원 분이 따로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사진출처: unsplash by Z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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