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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an 08. 2022

올해의 모토

전념하기

2022년 새해가 밝고 어느새 일주일이 흘렀다. 다른 송구영신 때보다 훨씬 더 차분하게 보냈던 것 같다. 코로나로 회식도 모임도 할 수 없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들뜨지 않는 연말도 나름 좋았다.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외국어, 독서, 운동. 셋 중 하나를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어느 유튜버가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으로 이 세 가지를 쫒고 있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하는 게 아니라 이 세 가지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쫒는다. 독서와 운동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했지만 외국어는 십여 년 전부터 쫒는 중인데 자꾸 잊혀서 아직도 그대로 쫒고만 있다.


마흔셋을 맞이하며 이젠 정말 벗어나고 싶었다. 숙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만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올해는 최선의 노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어도 독서도 운동도 일상 곳곳에 잘 배치해 습관화하고 끝에는 내 삶에 그 습관들을 박제시키고 싶은 간절함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흰 눈이 펑펑 내렸던 12월 중순 어느 날, 집에 있는 영어책들을 한데 모아보니 창피할 정도로 많았는데 모두 깨끗했다. 그 책들을 샀을 때의 나도 지금의 나와 같이 다시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었을 텐데 그렇게 먼지 먹은 채로 쌓여 있다니 한탄스러웠다. 울화가 치밀어 일부러 거실에 나와 창 밖의 함박눈을 보며 오후 동안 영어공부를 했고 그게 새해 다짐을 향한 첫 발이 되었다. 


최근에 우연히 '전념(Dedicated)'이라는 책의 저자 피트 데이비스가 한 연설을 들었다.(책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곧 읽어볼 생각이다.) 그는 무한 탐색의 시대에 수많은 선택지를 열어둔 채 결국 선택 보류하기에 빠지는 것이 우리 세대의 특징이라고 말하며, 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랐다면 다른 선택지의 문을 닫고 선택한 그 하나에 전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자주 혼란스러워지는 내게 경종을 울리는 말이었다. 

 

아무도 잠긴 문 뒤에 갇히고 싶어 하지 않지만
동시에 복도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무언가에 흥미를 잃었을 때 새로운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될수록 
새로운 선택지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행동은
오랫동안 한 가지를 지속하며 그것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겁니다.
... 
느리지만 꼭 필요한 일에 자유롭게 전념할 수 있습니다.

피트 데이비스 _ <전념>의 저자,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 중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쏟아지는 정보와 많은 선택지에 갇혀 그 많은 것들이 오히려 내게 무의미해지는 경험을 종종 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결국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비하는 시간들.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말이 주는 모호함과 막연함을 떠올려본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기고 내 것을 찾아 전념하는 시간이 절실하다. 그동안 흐지부지 쫓아왔던 것들에 '전념'하는 초석으로 올 한 해를 만들기로 한다. 느리지만 꼭 필요한 일에 자유롭게 전념하는 나의 1년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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