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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an 15. 2022

도움을 받는 일에 대하여

올해부터 시작한 '스타벅스에서 미라클 모닝' 하는 사진과 짤막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동생이 응원한다며 5만 원짜리 e-card를 시원하게 쏴주었다. 늘 응원받는다는 건 참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일찍 시집 나와 일하며 애들 키우고 산다고 부모님과 동생은 늘 나를 챙겨주고 신경 써준다. 평생을 받기만 하는 것 같은데, 꼭 잘 돼서 언젠가 몇 배로 갚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오늘은 선물 받은 카드로 음료와 샌드위치도 먹어볼까.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그날 아침도 카페에 일찍 도착했는데, 내가 그 카드로 음료를 주문하기까지 10분 넘게 걸릴 줄은 몰랐다. 주문대 앞에서 모바일 교환권 바코드를 보여주니 그걸 앱에 등록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차, 메뉴 교환권이 아니니 그렇구나.. 


그거야 뭐 어렵지 않으므로 알겠다고 하고 뒤로 나와 어플을 열고 교환권 등록하기를 찾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얼마간 혼자 씨름하다가 소중한 아침시간이 속절없이 가는 듯해서 등록 메뉴를 못 찾겠으니 교환권 나중에 쓰고 일반 결제하겠다고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직원이 금방 할 수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했다. 아, 그래요. 하며 직원 안내대로 하는데 어머 너무 쉽잖아? 내가 못 찾았던 카드 추가 버튼을 직원이 3초 만에 찾아주었다. + 버튼을 누르고 교환권 번호만 넣으면 끝이었는데 그걸 쩔쩔매고 있었다니. 


순간, 마치 신문물을 모르고 그저 사람들 따라 이런 카페에 다니는 아줌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태연한 척했지만 혼자 민망함에 귀가 달아올랐다. 은근슬쩍 '그럼 처음부터 도와주지...' 하며 남 탓하는 마음도 올라왔다. 하지만 내가 자초한 상황이었다. 바쁜 직원 앞에 오래 서 있기 싫어서 주문대와 거리 두고 혼자 하려 했던 건 나니까. 차라리 교환권을 등록해야 된다고 했을 때 직원에게 어떻게 하는 건지 물어봤으면 금방 끝났을 텐데 말이다. 




퇴근길 9호선 일반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와 있었고 나와 몇몇 사람들은 급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남자가 뛰어 내려와 이게 급행인지 일반인지, 열차를 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구분하느라 연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럴 때 나이 드신 분들은 보통 주변에 바로 물어본다. 이거 급행이에요? 하고. 대화 한마디면 선택이 금세 끝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하는 이들은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나 그 남자처럼...)


나이가 들수록 질문이 많아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한 일들은 물어보고 도움을 청하면 빨리 해결된다는 것. 나도 개인주의 사회를 사는 개인주의자로서 타인을 번거롭게 하는 상황을 극도로 기피하는 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누군가 나를 번거롭게 하는 상황도 싫어한다는 거다. 과연 그것이 서로에게 좋기만 한 것인지 생각해본다. 필요할 때 물어보고, 물음에 답해주는 타인과의 상호 작용에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질문하거나 간단한 도움 청하는 일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야겠다. 다만 질문은 상황에 맞춰 간단하게, 톤 앤 매너를 지켜서 해야 할 것이다. 배려는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것보다, 어떻게 물어보고 어떻게 도움을 청하느냐에서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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