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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an 23. 2022

M자 손금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엄마는 작은 죽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전화받은 목소리가 어쩐지 편안하게 들린다 했더니 쉬는 날이라고 하셨다. 가벼운 안부를 전하고 엄마와 아빠의 건강을 묻고 아이들 근황 등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다음 달 이사를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상황도 전하면서 높아진 집 값만큼 대출이 늘어나 걱정이라는 내게 엄마가 말했다.


"oo아, 엄마가 티브이에서 봤는데 말이야. 손금이 M자를 그리고 있으면 대박 난다더라. 지난번에 너 여기 왔을 때 엄마가 보니까 너는 양손에 다 M이 있더구먼. 너는 잘 될 거야. 그러니까 어려운 사람 돕는 셈 치고 로또 한 번씩 사라. 혹시 아니? 얼마라도 당첨될지? 이서방은 M이 없었어. 네가 사야 돼 네가."


풋. 엄마도 참.. 자식에게 그런 복의 기미라도 있을지 어느 틈에 확인하셨나.


그저 웃으며 알겠다고 하고 말았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내 손에 M자가 있나...?


어...? 진짜 있네..?? 그런데 양손 다 한 획이 흐리다. 굳이 M자를 찾자면 살짝 보이지만 그냥 보면 모르겠는 정도다. 그게 그렇게 대박 나는 손금인가 검색해 보니 새해에 방송을 탔는지 관련 포스트가 많긴 했다.


M자 손금은 대박 손금이라기보다 후천적으로 성공한 이들에게 많이 보이는 손금인 것 같았다. M자 손금 유명인으로 유재석, 오바마, 빌 게이츠, 배용준 같은 사람들이 나오는 것 보니 일확천금의 대박이 아니라 노력으로 성공해서 재물이 따르게 되는 손금인 듯했다.


나는 한 획이 빠진, 온전치 못한 M 손금 보유자다. 그저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


그런데 희한하게도 기운이 빠지는 게 아니라, 힘이 났다. 열심히 살다 보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무엇보다도 나를 향한 엄마의 보이지 않는 마음과 응원을 받았으니까. 꼭 네가 사서 네가 맞춰보라고 속삭이는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정겹게 맴돈다. 엄마, 그런 복 받지 못해도 열심히 살아서 꼭 부모님 은혜에 보답할게요. 사랑해요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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