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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Dec 02. 2021

그리움만 쌓이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밖은 비 온 뒤 더 추워져 한결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회오리치는 머리칼을 쓸어대며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7~8분 정도 걷는 길에는 새 아파트 건축 예정부지와 기존 아파트, 소소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한 가게 앞에는 오래된 자판기가 있는데 그곳엔 아침잠 없는 할아버지들이 일찍부터 나와계시곤 한다. 조용히 담배를 태우거나, 커피를 마시며 무슨 화두인지 아침부터 꽤 큰 언성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신다.


오늘 아침도 그곳에 할아버지 두 분이 계셨다. 종종걸음으로 그분들 건너편을 지나는데 한 할아버지의 노랫소리가 귀에 꽂혔다.


아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라디오였을까, 아니면 직접 틀으신 거였을까. 추운 날, 해도 들지 않은 어둑한 아침. 이름 모를 할아버지의 '그리움만 쌓이네'는 너무도 먹먹하고 쓸쓸했다. 내 바쁜 발걸음에 울컥함이 더해졌다. 할아버지는 어떤 그리움을 쌓고 계실까.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미래를 꿈꾸는 일은 줄고 현재는 공허해지며 과거는 가까워지는 듯하다.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어리고 젊고 빛났던 시절이 있다. 누군가의 아들딸로 아낌을 받았던 시간들. 지금과는 너무도 달랐던 내 세상에서 힘 있고 뜨겁게.. 복작거리며 다복하게 살았던 전성기 말이다. 다시 가질 수 없는 지난 시절을 추억으로 길어 올리며 노년의 현실을 이겨낼 힘을 얻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아껴주고 격려해주었던 이들을 세월에게 하나둘 내어주었다면 함께 남은 건 그리움과 회한일 것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심정을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다. 어쭙잖게 짐작해볼 뿐... 내 안에 쌓이는 그리움이 커져갈 때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알 수 있을는지.



https://youtu.be/xeFf7RKUW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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