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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May 10. 2022

혼잣말의 힘

요즘 너무 바빠서 적응이 안 된다. 생각을 많이 요하는 일들이 줄을 잇는다. 팍팍 쳐내거나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야 하는데 생각이 꼬리를 물며 줄줄 늘어지기만 하고 일처리가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사정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내 앞에 무능함, 초조함, 불안함을 떨궈놓는다. 그 축 처진 마음을 주워 담는 늦은 퇴근길은 아무래도 지친다.


비정상적 일상을 견뎠던 지난 2년. 돌이켜보면 그 비정상이 이전의 비정상적이었던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기도 했다. 빡빡한 사무실에서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일상에서 한동안 자유로웠는데, 이제 다시 이전의 비정상적 생활이 내 능력치가 올라오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비집고 들어왔다. 새롭게 맡은 일도 있고 팀 내 변화도 있어서 여러 일이 많은데, 자꾸 내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위축되고 긴장된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나 혼자 쫄리고 그런다. 마음이 편치 못해 늦도록 사무실에서 엉덩이를 못 떼고 있는 꼴이라니.


늦은 시간 운전하며 퇴근하는 길. 머리도 몸도 무겁고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이것밖에 안되나 싶어 울컥하려는데, 평소와 다르게 문득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약해지는 감정선에 대고 나도 모르게 툭툭 혼잣말을 뱉어냈다.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괜찮아. 괜찮아. 다 지나가. 원래 일이란 게 한꺼번에 오잖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편했지 뭐. 적응하는 시간일 거야. 좀 지나면 여유를 낼 수 있을 테니까 조금만 견디고 해 나가자. 회사에서 나만큼 이 일 잘 아는 사람도 없어.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는데 왜 혼자 쫄아. 일한 세월이 있는데. 잘 풀릴 수도 있고 안 풀릴 수도 있어. 그래도 어떻게든 정리되는 게 회사 일이야. 걱정부터 앞세우지 말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이 또한 지나가니 나를 믿고 가보자. 괜찮아."


속으로 되뇌는 게 아니라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내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누군가에게 털어낼 수 없는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나에게 내가 위로와 조언을 해주었다. 한 번도 이렇게 해본 적이 없었는데, 무심코 한 혼잣말의 효과가 실로 커서 놀라는 중이다. 내 말을 통해 내가 힘을 얻었다. 일이 많고 정신없지만 마음만큼은 훨씬 가볍고 덜 힘든 것 같다.


괜찮고 잘하고 있어.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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