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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Oct 03. 2022

울타리 밖으로 나가보자

   요즘 '경험'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꾸 '경험'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는  맞을 것 같다. 최근 [GRIT 그릿]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더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릿을 키우는 방법도 결국 경험해야 좋은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고, 계속 경험해봐야 관심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연습도 경험의 축적이니까.


   목적을 향한 꾸준한 열정과 노력을 다하는 힘을 뜻하는 그릿은 연습과 훈련으로 얼마든지 키워나갈 수 있다고 한다. 하고자 하는 바에 관심을 갖고 의도적인 연습을 지속하며 그 관심에 깊이를 더하고, 보다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는 것. 성인도 아이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잠재력을 깨우기 위해서는 그릿의 과정이 꼭 필요할 것 같다. 혹시 발현되지 못한 어떤 잠재력이 내게 있을지 곧 마흔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에도 여전히 궁금하다.



   2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회사원'으로만 살아온 나를 돌아본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상황과 사람, 일들을 겪었고 이 조직문화 안에서 배우고 해결하고 나아가 왔다. 그 안에서 결혼과 출산으로 가정을 꾸리는 개인적인 변화도 겪으면서 나와 가족의 안정을 위해 더욱 이 조직에 맞는 사람으로 진화했고 그 시간이 어느새 강산이 두 번 바뀔 정도로 흘렀다. 본의 아니게 회사생활에 있어 그릿을 키운 셈이 되었다.


   그때로 시간을 다시 돌린다고 해도 내 선택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에는 그것이 나에게 최선이었다. 바쁜 일과 가정, 육아 사이에서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뭔가 아니다 싶은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전체를 뒤집기보다는 감수하는 편이 훨씬 쉬웠다. 수많은 처음 앞에서 부족함 많았어도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삶을 부정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미래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 앞으로를 바라보고 나아가야 한다. 내 먼 미래에 지금의 회사는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다. 때가 되면 자리를 비워야 하고 그때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인지해 오고 있다. 그래서 직장 다니며 혼자 할 수 있는 소소한 시도들을 이어오고 있지만 과감하게 나무를 올라탈 줄 몰라 열매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는 작은 나만 보인다.


   문득 두려워진다. 열심히 하는 게 무엇인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잊어버린 것 같은 내가. 회사에서 안주해온 긴 세월 동안 회사 밖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나는 취업시장에 나를 내놓아 본 적도 없고, 업무 외의 다른 일에 관심도 경험해 볼 기회도 갖지 않았다. 지금 이곳이 아닌 곳은 생각한 적도 없었고(충성심은 아니다) 그동안 내가 어떤 실력을 얼마나 갖추었는지 체크해 보지도 않았다.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서, 급하지 않아서라는 무수한 핑계를 앞세워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표현마저 사치일지 모를 만큼 한 곳에 나를 담아두었던 것 같다. 새롭게 알아가고 배워보고 경험해보는 것의 가치를 놓아버리고 살았다. 뭔가를 배우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것마저 자꾸만 내가 편한 방식대로만 하려 한다. 방법도 잘 모르면서 계속 혼자 해보려 한다. 그래도 하다 보면 되겠지 하며 대충 적당히 하다가 자리 잡히지 않는 것에 좌절하기를 반복한다.  



   한 곳에만 오랜 시간 머문 나와 그렇지 않은 이들의 경험치는 얼마나 다를까. 같은 곳에서 긴 시간 쌓은 내 경험도 무시해선 안 되겠지만 그래 봤자 같은 하늘 아래다. 내가 한 곳에 머무는 동안 적어도 2~3개 회사로 이직한 사람들도 있고, 다른 업종으로 아예 바꾼 사람도 있고,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의 흐름에 휩쓸려 파견근무를 하거나 단기 해외 체류를 한 사람도 있다. 사업가나 자영업자가 된 사람도 있고, 그게 잘 안되어 원래의 업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다. 잘 되었든 잘 되지 않았든 그들과 나의 경험치 차이는 엄청 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지금 몸 담고 있는 곳 밖에 모르는 내가 겁이 난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도 살고 내 아이들도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좁은 시야를 가진 내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나와 가족의 미래를 이끌 수 있을까. 이대로는 안된다. 이 울타리 밖의 무엇이든 보고 듣고 경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틈틈이 기회를 만들고 찾아볼 것이다. 어떤 것이든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참여해볼 것이다. 혼자가 아닌 무리 속으로, 밖으로 나를 던져보겠다. 새롭게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자산으로 쌓아보겠다. 훗날 어떤 것에 내가 관심이 생겨 깊이를 더해가고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마련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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