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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an 27. 2023

마음가짐

내 뜻대로 살기 위한

밤새 눈이 많이 내린 아침이다. 어둑한 길 가로등 아래로 소복이 쌓인 크리스털 가루. 반짝이는 하얀 그 위로 발자국을 내며 걷는 길은 출근만 아니었다면 낭만에 찼을 것이다. 현실은 길 가다 미끄러질까 봐 조심해야 했고  빨리 걷지 못해 오늘따라 지하철역이 멀게 느껴졌다. 그곳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좀 더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예뻤다. 영하 7도의 기온에도 뽀송한 눈 덕분인지 춥지 않고 포근한 느낌마저 들어서, 대로 캠핑의자 하나 놓고 따뜻한 커피 마시며 눈멍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발자국에 새기며 걸어 나가는 길. 언제 이런 풍경을 또 볼까 싶은 마음이 불쑥 바쁜 발길을 붙잡았다. 잠깐이면 돼. 휴대폰을 꺼내 눈 내리는 풍경을 찍어 담았다. 내가 사진 한두 장을 찍는 사이, 그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나와 같이 횡단보도를 건넜던 이가 꽤 멀어졌다. 그는 계속 걸었고 나는 잠시 멈췄기 때문에.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이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과 나는 같은 지하철을 타게 될까. 내가 늦게 도착할 테니까 저 사람이 먼저 타고 가겠지. 나는 더 늦은 열차를 타게 될 거야.


근데  그러면 어때. 열차는 금세 또 오니 다음 거 타면 되지. 그가 어가는 동안 나는 내가 담고 싶은 풍경을 담았는걸. 



내 뜻대로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있다면 누군가 나를 지나 앞에 먼저 가더라도 개의치 않는 것. 선 사람과 나 사이 간격, 그 차이를 보이는 속도와 거리로만 계산하지 않는 것.


어떨 땐 그가 자신의 뜻에 따라 멈추고 내가 앞서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알고 가는 것이다. 추월당하더라도 비교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내 시선과 보폭대로 나에게 중요한 일을 계속해 나가야겠다는 뜬금없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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