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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Feb 05. 2023

손을 따라 봐

청소기를 돌린 변기를 열심히 닦고 있는

내 손을 본다.

조금 전 이 손은 글을 쓰고 있었는데


글을 쓰기 전에는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고

저녁을 준비하기 전에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을 읽기 전에  손은 뭘 했더라.

아, 운전을 했지.


운전하기 전에는 보고 메일을 쓰고 문서를 작성했었구나.


손이  일만 되짚어 봐도

내가 보인.


직장인과 엄마로서 일하고

틈틈이 책 읽고 글도 쓰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는 날들.


한 마리 다람쥐처럼 쳇바퀴 굴리는 일상에서

마음을 울리는 책 속 문구 한 줄은,

발행한 글에서 오는 브런치 알림은,


', 지금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나지만

나는 책에서 감명받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쓴 글로 공감을 받은 사람이기도 하구나.'


그렇게 사정없이 돌아가는 쳇바퀴 속에서

나를 숨 돌리게 한다.


왜 이리 정신없는지,

하는 거 없이 시간만 빨리 간다 느껴질 때

내 손이 하는 일들을 챙겨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기특한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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