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는 늦음이 없다, 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늘 배움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듣습니다.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너무도 빠르게 이어지는 변화는 우리에게 더욱 배움을 강요하는 것만 같습니다. 챗GPT를 모르면 큰일이 날 것 같고, 주식과 투자를 모르면 나만 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마저 들어요.
부족함 많은 우물 안 개구리인지라, 마흔 중반에 들어선 지금도 배워야 할 게 태산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을 감당하기가 참 어려워요. 일이 많아 직장에서의 시간도 부족한 판국에 집에 오면 아이들 챙기고 집을 돌봐야 하죠. 매일 아침 조용히 나를 챙기던 시간도 피곤함에 언감생심입니다. 그토록 바랐던 엔데믹이 왔는데 팬데믹을 통과하는 동안 세상이 던져준 숙제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더라고요.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일 말이죠. 숙제가 많다고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으니 작은 것부터 찾아봤어요. 뭘 하는 게 내 현실에서 도움이 될지. 생각하다 보니 직장인 신분으로 늘 쓰는 엑셀을 좀 더 잘 사용하고 싶다는 욕구를 발견했어요. 20여 년 직장 생활하면서 엑셀을 오래 다루어왔지만 많은 분들처럼 저도 정말 딱 익숙한 기능만 써왔습니다. 특별할 게 없는 자료들의 반복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아웃풋을 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항상 마음 한편에 '더 빠른 방법이 있을 텐데...' 하는 의심을 거두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당장 저에게는 챗GPT 보다 엑셀 활용능력을 키우는 게 더 현실적으로 필요하겠다 판단했고, 마침 적당한 강의를 찾게 되어 큰맘 먹고 <직장인을 위한 엑셀 활용법> 유료강의를 신청해 듣게 되었습니다.
세 파트로 나뉜 강의의 첫 번째 파트를 들었습니다. 익숙한 툴이어서 따라 하며 들어보려 했는데 속도가 빨라 문제를 수행하면서 듣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다행히 첫 파트는 숫자로 구성된 데이터 다루기였고 익숙한 기능들도 보여서 일단 쭉 이어서 들어봤습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들으니 몰랐던 기능들에 대한 설명이 더 쏙쏙 들어오더군요. 수식을 걸 때 값을 고정하는 방법이라든지, 필터 거는 단축키라든지, 피벗테이블의 확장성까지. 몰랐거나 어설프게 알고 있던 기능을 수업을 통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 파트 수강을 끝내고 며칠 뒤.
매월 보고하는 비용 보고서 작성시간이 왔습니다. 기초 데이터는 발생할 때마다 업데이트해 두고 한 달의 데이터를 항목별로 집계해 결재를 올리는 월 비용 보고서였습니다. 문서 작성을 위해 기초 데이터를 보는데, 제가 늘 다루던 똑같은 형태의 자료에서 어떻게 값을 추려내면 작성이 더 빠를지가 눈에 보이더라고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아주 오랜만에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필요한 항목을 추려내고 강의에서 배운 내용들을 적용하며 요리조리 데이터를 가공해 보았습니다. '아, 키값을 이렇게 잡으니 데이터가 이렇게 나오는구나. 이 방법은 다른 자료 만들 때도 사용하면 좋겠는데?!' 보고서 만드는 일에서도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집중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1시간이나 작업이 빨리 끝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짜릿함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조용히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답니다. 결과물은 여느 때와 같았지만 제가 처리한 과정은 이전과 달랐고, 배움을 토대로 늘 보던 자료를 평소와 다르게 다루어 작업시간까지 단축한 것은 그야말로 배움의 희열이었습니다.
정말 별 것 아닌 일이었습니다. 중급 엑셀 수준만 되어도 이런 저를 보면 혀를 차실 겁니다. 지극히 저의 수준에서 이룬 작은 성과였지요. 하지만 작은 배움이 활용으로 이어져 짜릿함까지 맛본 경험은 저에게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더 공부하고 더 활용해보고 싶다는 보다 큰 마음을 품게 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각자의 상황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도 있고, 배우기 싫지만 배워야만 하는 것도 있을 테지요. 남들이 배워야 한다고 외치는 것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배워보는 것. 나에게 필요한 배움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하나씩 배우고 활용하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르게 됩니다. 저는 이제 엑셀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갑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작은 파트를 배워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