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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ul 11. 2023

결혼으로 산다는 건

신혼생활 중인 후배의 초대로 오랜만에 후배의 신혼집에서 모임을 가졌다. 친구들과 후배, 종종 안부를 전하긴 했지만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후배의 신혼집은 널찍하고 깔끔했다. 곳곳에 빈 공간이 주는 집안의 여유가 좋았고, 느지막이 결혼해 둘이 사는 후배의 결혼생활은 지금의 신혼집처럼 오래도록 단정하고 다정할 것 같다.


함께 식사하고 커피 마시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요즘 각자의 상황,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피워냈다. 듣고 공감하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인생사를 나누다 보면 망설이던 일에서 방법을 찾게 되거나, 어떤 일 또는 마음가짐에 대한 영감이 얻어지기도 한다. 가끔 만나 그동안의 보따리를 푸는 일은 해우소를 만나는 것 같다. 시간은 늘 그렇듯 천천히 가는 듯하다가 대화가 쏟아지는 시점부터 빛의 속도로 흐른다.


유부녀 넷이 모여하는 이야기는 되새겨보면 정말 사연 없는 집이 없고, 나 혼자 잘 살 수만도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친정집 이야기, 시댁 이야기, 남편 이야기와 아이 이야기, 키우는 동물 이야기, 다니는 직장 이야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누다 보면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이면서도 개성에 따라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집집마다 사연을 끌어안고 사는데 때론 아프거나 걱정스럽기도 하고, 때론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살면 살수록 결혼생활은 상대와 나의 숱한 사연을 함께 이어가며 사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부부로 만나기 전 각자 속했던 환경과 지나온 길은 각각 다른 경험과 기억으로 새겨지고, 그것들은 함께 사는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둘이 좋아서 한 결혼이지만 그 삶은 둘 만의 삶이 아니다. 의 바운더리와 나의 바운더리가 겹쳐지는 일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사다난함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살아갈 수 있었다. 결혼 후의 '사랑'은 '이해'와 동의어로 느껴진다.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모든 것에 기본값이 되는 것. 특별히 결혼생활에서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스무 살 때 대학에서 맺은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우리. 철없던 학생시절이 눈에 선하건만 어느새 각자의 가정 안에서 사연을 끌어안고 또 만들고 감당하며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사람 냄새나는 우리들의 모습이 좋았다.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가 대견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고 괜스레 힘이 났다. 


사진출처: https://unsplash.com/ko/@fotopet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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