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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un 25. 2023

홈메이드 보리차

보리차 마시는 여름

본격적인 여름이다. 기온은 30도를 웃돌고 진초록잎들이 뜨거운 햇살 아래 반짝인다. 밖은 찌는 듯한데 건물 안은 추워 긴팔을 찾게 되는 의외로 감기 걸리기 쉬운 계절. 코로나가 언제 있었냐는 듯 대부분 사람들이 더운 날씨와 함께 온전히 마스크와 이별했다. 치솟은 물가와 여전히 불안한 경기를 제외하면 정말 이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무더운 날에는 시원한 음료를 찾게 되는데 갈증해소에 제일 좋은 것은 그저 물이다. 시원한 물만큼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건 없는 것 같다. 맹물이 심심해 옥수수수염차나 보리차, 헛개수 같은 음료를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사 마시기도 하는데, 특유의 뒷맛에 성분표를 보면 그 차 맛을 내기 위해 이것저것 첨가된 물질이 있어서 오롯한 차라고 볼 수 없었다.


아이들이 요즘 탄산음료나 주스보다 보리음료를 더 잘 마시는 것 같아 그렇게 첨가물 들은 음료를 돈 주고 사 마시느니 내가 물을 끓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지금처럼 물을 사서 마시지 않던 시절에 엄마는 눈에 좋은 물이라며 항상 결명자차를 끓이셨다. 엄마의 정성이 깃든 그 맑은 브라운 컬러의 물을 마시며 나는 자랐다. 내가 지금도 시력이 1.5인 것에 그 결명자차가 기여를 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시대에 맞춰 생수에 익숙해 진지 오래지만 잊고 있었던 끓인 물의 정서가 소환되면서 아이들에게도 그 물 맛을 알려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올여름부터 물을 끓이기로 했다.


차망이 포함된 7리터짜리 스텐 주전자를 하나 사고, 차를 냉장보관할 물병도 구입했다. 보리차는 시어머니께서 생각날 때 조금씩 끓여 드시려고 사 두신게 이미 있었다. 주전자에 물을 채워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망에 보리알을 적당히 넣은 후 입구에 걸고 뚜껑을 덮었다. (뜨거울 때 꽉 낀 뚜껑 열기 무서워 얹어만 놓는 타입이다.) 주전자 크기만 조금 작을 뿐 어린 시절 엄마가 끓이던 모습 그대로였다. 센 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우려내듯 10분 정도 끓인 후 불을 끈다. 구수한 보리향 품은 맑고 투명한 갈색 컬러가 되면 완성. 상온에서 식을 때까지 두었다가 물병에 채워 냉장고에 넣어두면 식구들이 오며 가며 마신다. 목 마를때 바로 꺼내 시원하게 물로 마시고, 따뜻하게 데우면 차로 마시기에도 손색이 없다.


홈메이드 보리차를 맛본 아이들은 학교 갈 때 물병에도 보리차를 담아간다. 간식을 먹을 때도 다른 음료 대신 보리차에 얼음을 띄워서 마신다. 마실 때마다 물이 맛있다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나와 남편도 회사 갈 때 텀블러에 채워 마시고 어머니도 잘 드셔서 매일 주전자 1통씩 끓여야 할 정도다. 이렇게 잘 마시는데 왜 그동안 보리차 끓여 마실 생각을 못했을까. 고작 보리차 하나 끓였을 뿐이지만 온 식구가 맛있게 물을 마시니 내 마음에도 기쁨이 차올랐다. 나의 엄마도 그 시절 물을 끓이고 우리가 잘 마시면 이렇게 마음이 좋으셨겠지. 눈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물을 주시면서 자식의 건강을 바라셨겠지. 열심히 물을 끓이자. 홈메이드 보리차의 구수함과 건강함을 가족에게 전해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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