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버튼 눌러버리고 다시 시작
프로 다짐러, 프로 계획러인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해의 목표와 실행 계획을 세웠다. 다른 이들과 비슷하게 그 구상은 2025년 11월경 새 다이어리를 뭘로 할지 고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만다라트 계획표부터 불렛저널 쓰는 법을 살펴보고, 또 나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열심히 찾아 준비하면서 새해를 셋업 했다. 그리고 2026년 1월 1일을 맞았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나름 세팅한 대로 기록하고 실행해 왔지만 들쑥날쑥은 기본이고, 아예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것도 많다. 이유는 다 있다. 시간이 없었고, 일이 많았고 에너지는 고갈되었고, 힘들었다 등등.
호기로왔던 다짐들을 통해 연말과 연초 잠시 희망찬 미래로 마음이 붕 떴다가 다시 현생으로 빨려 들어버린 것 같았다. 1월 1일, 2일, 3일... 어제 떴던 태양이 오늘도 뜬 것이었고, 늘 반복되는 하루들의 연속일 뿐이었다. 마음은 계획표를 들여다보지만 그와 달리 몸은 쫓기듯 현생을 살아야 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의지력을 '에너지가 제한된 근육'에 비유했다. 의지력을 발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흔히 휴대폰 배터리에 비유된다. 사용하지 않아도 폰이 켜져 있으면 배터리가 닳듯 우리의 의지력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새해의 기운을 받아 의지력 풀충전으로 시작해도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게 정상이다. 그러니 이것은 일정 부분 나의 잘못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일정 부분은 나의 잘못이 있다. 의지력은 고갈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건 시스템화였다. 의지력과 무관하게 그냥 시스템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게 필요했다. 그걸 알면서도 아직 시스템화하지 못한 게 많다. 쉽게 말해 습관화를 못했다는 말이다.
1월 1일 이후 한 달 반이 지난 오늘, 나는 내 마음에 리셋버튼을 누르기로 했다. 들쑥날쑥한 것도 한 것이니 인정하되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말이다. 2026년의 계획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과했던 것은 낮추고 조정해서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시스템화해야겠다.
여러 실천목표 중 시스템으로 잡힌 게 있다면 모닝스트레칭과 팔 굽혀 펴기다. 눈뜨자마자 침대에서 구석구석 몸을 풀어주고, 침대를 내려오면 바로 팔 굽혀 펴기 10개를 하는 것은 이제 몸에 붙었다. 반면 시스템화가 되지 않은 것은 글쓰기와 영어회화훈련이다. 내가 이 두 가지를 자꾸 통으로 하고 싶어 하는데, 장거리 출퇴근하면서 이 두 가지를 통으로 할 시간은 참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쪼개서 하더라도 만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쪼개서 실행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
생각해 보면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어제보다 나은 나로 향해 가는 길은 간단하다. 지금의 내 현생에 내가 그린 계획표를 조금이라도 걸치게, 어느 한 점이라도 겹치게 운영하는 것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야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지와 시스템의 콜라보를 통해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현생에 계획을 얹어가는 하루하루를 살아보자.
*사진: Unsplash의 Manuel Palme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