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세모, 동그라미

동그라미를 늘려가는 삶

by 눈썹달

학교 공부할 때도 그랬지만, 지금의 일상을 살 때에도 나는 투두리스트나 체크리스트를 쓴다. 또 해빗트래커를 만들어서 까먹지 않고 해야 할 일들에 동그라미를 치며 완료를 확인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 늘 그렇듯, 계획은 잘 어긋나고, 내 실행력도 생각보다 빠르게 바닥난다. 동그라미를 추구하지만 점점 세모가 되거나 엑스가 되는 일이 늘어나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동그라미를 향해 가는 시도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문제집을 풀거나 시험지를 채점할 때부터 동그라미는 성과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무언가 동그라미 같은 신호를 받으면 잘했다는 뜻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세모나 엑스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무언가에 대해 동그라미를 추구할 때에만 만날 수 있는 게 세모와 엑스다. 나의 의지와 실행의 조합은 동그라미에게 가기까지 많은 세모와 엑스를 낳는다. 엑스를 세모로 만들고, 세모를 더 채워 동그라미로 만드는 것이 한 발씩 나아가는 일이자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엑스에서 세모로 가지 못하거나, 세모에서 동그라미로 가지 못할 때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특히 엑스에서 세모로 가지 못하는 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아니거나 혹은 아직 할 때가 아니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내게도 지금 그런 상태의 일이 한두 가지 있는데 엑스의 반복을 바라보며 나에 대해, 그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그럼에도 요즘 나는 전반적으로 동그라미와 친해지고 있어서 뿌듯한 상태다. 새해 초에 다졌던 전력이 떨어져 다시 구정 이후 매일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올 한 해 동안 홈트로 몸만들기를 목표로 잡았다. 좋은 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미 수도 없이 보고 들었기 때문에 알고 있는 바를 실행만 하면 되었다.


매일 운동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건강하게 먹고 과식하지 않으며

잠들기 3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하여 꽤 잘 지키고 있다.


학교 성적의 굴레를 벗어나면 정형화된 채점에서 자유로워진다. 어른이 되면 누가 내 삶을 채점해 주는 일이 없다. 어떤 삶이 동그라미이고 세모이고 엑스인 삶인지 알 수 없는 시대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다양하며, 정답의 삶이란 없기 때문이다.


삶을 꼭 채점하며 살아야 하나 반문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자기만의 삶의 기준이 있다면 그에 부합하게 살고 있는지 아닌지 체크하는 것쯤은 은연중에 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정답을 두고 맞냐 틀리냐를 가르는 게 아니라, 내가 바라는 모습을 두고 나에게 맞게 가고 있느냐 아니냐를 조망하는 일이다.


작게는 목표에 동그라미를 치고, 나아가 그것을 통해 가고 있는 방향을 확인하는 셀프 채점은 삶을 의미 있게 가꾸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일상에 동그라미 그리는 횟수를 늘려가는 삶을 살고 싶다.


이렇게 동그라미가 많은 건 처음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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