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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Oct 15. 2020

14층 창문 밖으로 물컵을 내민 아들

남을 향한 고민 없는 마음

10년 된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이 한창이다.

동마다 배정된 일정대로 작업자분들이 온종일 작업을 한다.


2주 전 토요일 우리 동 외벽 작업이 있었다.

페인트와 먼지 유입을 대비해 창문을 꼭 닫아달라는 관리실의 안내대로 창문을 닫았다.

15층 건물에 우리 집은 14층.

창문 밖으로 로프가 내려오고 작업이 시작된 듯했다.


조금 있으니 방에 있던 큰 애가 나와 종이컵을 찾아서 물을 한잔 따랐다. 마시려고? 물으니, 창밖 작업하시는 분께 드리려고 한다며 부리나케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짧은 순간이어서 방을 들여다볼 새도 없었다. 보진 못했지만 물은 잘 전달되었고 아들과 작업자분 사이에 잠깐의 인사가 스쳐간 것 같았다.


마음은 알겠지만 작업자분에게 위험할 수도 있으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돕는 것이라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그런 순수한 마음이 그리워졌다. 어른이 되고, 사회를 경험하면서 타인에게 친절과 배려, 도움을 주는 일 많이 인색해졌음을 알기에. 살다 보니 내 순수한 마음이 서로의 상황에 따라 오해받고 왜곡되고, 오히려 불편한 기억으로 남게 되는 일들도 많았다. 더 슬픈 건 때로는 스스로 정말 순수한 마음이었나 반문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때 묻은 어른이 되어버렸다.


날것 그대로 한 번씩 반짝이는 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나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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