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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May 21. 2022

#5 _ 쇼미 더 머니와 사춘기 2

작년 12월, 쇼미 뽕을 맞은 아들 녀석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3 _ 쇼미 더 머니와 사춘기 (brunch.co.kr)  지금도 그 꿈을 이어가고 있고, 그동안 남편과 나는 아이를 지켜보며 대화하고 별도의 진로 상담을 통해 결국 아이의 꿈을 인정하고 지지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아이는 합법적(?)으로 공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편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우리도 부모로서 방관이 아닌 응원을 하면서 편안함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시작한 셈이니 이 길의 끝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저 불안하기만 하던 마음은 사그라들었다.


더 이상 공부를 강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은 학교 진로 담당 선생님과의 상담 덕분이었다.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에 고민이 많았던 나는 학교에 상담 신청을 했고 선생님께 30여분 정도 전화 상담을 받았다. 아이의 성적과 현재 가지고 있는 꿈, 부모와의 관계 등 전반적인 상태를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했다. 선생님께서는 엄마인 내 마음을 위로해 주면서 지금 상황에서 부모가 해야 할 일에 대해 현실적인 말씀을 해 주셨다. 


지금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거라 했다. 아직 세상을 몰라 현실감이 많이 부족하지만, 자아만큼은 어리지 않기에 무엇이든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하는 시기, 이때에 그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면 반발만 심해질 뿐 어차피 따르지 않을 테고 서로의 마음에 멍만 들 거라고 말이다. 확실하게 하고 싶다는 일이 있으니 차라리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음악학원을 보내준다든지, 오디션 정보를 찾아 준다든지, 공연을 데리고 다니는 등.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말만 하고 놔두는 게 아니라 그 분야에 함께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하면 아이가 임하는 자세도 달라질 거라고 했다. 만약 음악을 공부에 대한 도피처로 쉽게 생각한 속내였다면 적극적인 부모로부터 자신의 선택에 두려움을 느끼며 물러날 수 있고, 아니면 부모의 지원을 통해 여러 경험을 얻음으로써 더 잘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오디션을 한 번이라도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고도 하셨다. 여러 가지로 납득되고 와닿는 조언을 해 주셔서 진로 상담이 아니라 심리 상담을 받은 느낌이었다.


- 인정해 주는 것.
- 하고 싶다고 외치는 그 일을 그냥 하게 해 주는 것.
- 대신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에게 있음을 인지시키는 것.
- 당장 공부하지 않는다고 큰 일 나지 않으니 아이의 인생을 길게 보고 필요한 지원을 하며 느긋하게 지켜보는 부모가 되어줄 것.
- 아이보다 조급한 부모가 되지 않을 것.


선생님의 솔루션은 명쾌했다. 그리고 이미 우리도 알고 있는 답이었다. 다만 그것이 학부모로서 직무유기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발목을 잡고 있었을 뿐. 제삼자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남편과 나는 아이를 향한 불안과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덜어내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아이는 현재 학교 성적이 하위권이다. 어떤 과목은 그야말로 바닥을 쳤다.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다니던 보습학원도 수개월 전에 중단했다. 공부와는 담을 쌓아버린 셈이니 당연한 결과다. 부모로서 안타깝지만 억지로 시킨다고 될 것도 아니었고 밑 빠진 독에 물 그만 붓고 싶어서 학원 끊고 싶다는 아이 뜻대로 했다. 하지만 사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이어서 성적에 따라갈 수 있는 고등학교가 갈리기에 중3인 지금은 일단 집에서 가까운 학교 진학을 목표로 성적을 중위권으로는 올려보자고, 그게 등하교 시간을 줄이고 보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듯하다. 이 또한 부모로서 아이에게 도움 될 만한 방향과 예상되는 결과를 이야기할 뿐 그에 따라 공부를 할지 말지는 아이의 선택이다. 그로 인한 결과도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임을 분명히 하면 된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을 때 만나는 모든 것은 과정일 뿐이다. 좋지 못한 상황을 만나도 내가 선택했다면 극복할 것이다. 그 과정은 더 나은 상황을 찾아 더 나은 선택을 하는 연습이 되어 줄 것이다. 담담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든든하게 있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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