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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Apr 16. 2022

#4 _ 선물 같은 시간

어제 퇴근하고 집에 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잠시 지친 몸을 소파에 기댔다. 아들 녀석이 거실로 나와 내 옆에 앉았고 오늘 하루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오늘이 세월호 8주기임을 상기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수업 중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8년이나 지났더라는 아들의 말에, 사람들이 계속 기억하기 때문일 거라 말했다. 친구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넘겨주고 떠난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슬펐다고 한다. 그렇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함께 이야기하며 공감했다. 잊지 않아야 하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 추모하고 기억해야 한다. 


큰 아이와는 3주 전 컴퓨터 사용 문제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렀고, 우리가 내린 3개월 자숙의 시간에 따라 아이는 지금 컴퓨터 없이 지내고 있는 중이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우울해하더니 이후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컴퓨터가 방에 있을 때는 늘 그 앞에 앉아서 식구들이 오는지 가는지 관심도 보이지 않고, 새벽까지 깨어있다가 다음 날 늦게 일어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자연스레 아침에 머리가 아프다는 말도 자주 했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아프다고 학교를 빠지거나 조퇴하기도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실에도 한 번씩 나오고 가끔 티브이도 보고, 음식도 해 먹고 한다. 공부는 하지 않지만 아이의 주위가 환기되는 모습만으로도 다행스럽다. 


함께 세월호의 아픔을 공감하며 추모하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자연인들은 정말 저렇게 사는 걸까요?" 하는 아이의 질문에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랩 음악 얘기를 듣는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 좀처럼 길게 말하지 않는 사춘기 아이와 도란도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의 큰 선물이 된다.


물론 자숙의 시간이 끝나면 다시 컴퓨터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생활패턴이 다시 나쁘게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지만, 좋은 패턴이 조금이라도 몸에 익은 후라면 통제력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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