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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 Feb 14. 2022

10년을 되돌아보며

때때로 감상기 : MCU 영화①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상영되는 동안, 내가 본 건 그 한 편의 영화일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한 나의 지난 10년이기도 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느낌을 공유했을 테고, 그렇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감동적이었다.


각 작품에 대한 자세한 해설과 멋진 논평은 이미 많이 찾아볼 수 있으니, 그저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기분으로 각 작품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남겨두려 한다.


MCU의 영화를 대부분 함께 봐왔던 관객이라면, 각자의 기억과 비교해가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별점을 남길까 생각해봤는데, 평가가 아니라 감상을 남기는 데 목적이 있으니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좋아하는 작품에는 별(★) 표시를 해두는 게 좋을 듯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일 뿐이며, 마블 원작 영화더라도 MCU에 포함된 영화가 아니면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몇몇 작품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다뤄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이언맨★ (2008, 존 파브로) <다크 나이트> 이후 모든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로 인해 높아진 기준점을 넘어선 히어로 영화는 MCU를 통틀어서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하다.


인크레더블 헐크 (2008, 루이스 리터리어) 의외로 유머 감각이 살아 있는 영화.


아이언맨2 (2010, 존 파브로) 아이언맨 3부작 가운데 가장 아쉬운 작품이다. 이 영화가 첫 작품이었다면 MCU가 성공적으로 출발하지는 못했을 것.


토르 : 천둥의 신 (2010, 케네스 브레너) <어벤져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영화일 뿐. 오히려 악역인 로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려서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토르 시리즈가 뒤로 갈수록 점점 좋은 작품을 내놓았다는 점도 지적해둘 만하다.


퍼스트 어벤저 (2011, 조 존스톤) 알았으니까 얼른 어벤저스를 내놓으세요.


어벤져스★ (2012, 조스 웨던) 이제 와서는 초라해보일 수준의 스케일이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언제 다시 봐도 두근두근한 느낌이 드는 흔치 않은 영화다. 이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얼마나 설렜던지.


위 여섯 작품은 완성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형적인 구도의 히어로물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가장 입체적이고 복잡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아이언맨 시리즈가 가장 눈에 띄는 것도 필연적인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때부터 MCU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반복되는 서사의 형식에서 오는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핵심적인 과제였을 것이다. 또, 이미 모든 영웅이 한 데 모이는 <어벤져스>라는 메인 이벤트를 통해 쾌감의 역치가 한껏 높아져 버렸으니, 과연 개별 영화만의 매력은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었을 듯하다. 이후의 몇몇 영화들은 그에 대한 흥미로운 답안들을 내놓고 있다.




아이언맨3★ (2013, 세인 블랙) 너무 빨리 찾아온 아이언맨의 마지막 단독 영화. 토니 스타크가 어떻게 수트 없이도 영웅일 수 있는지 보여주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후 MCU의 행보에서 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기도 했다. 영웅 서사의 틀을 유지하되, 그것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비틀어 보인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토르 : 다크월드 (2013, 앨런 테일러) '토르'라는 캐릭터가 문제가 아니었음을 증명한 작품. 조연들 또한 무척이나 사랑스러워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토르라는 캐릭터는 지나치게 비장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2014,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따르던 기존의 영화와 달리 처음으로 다른 장르의 문법을 빌려온 작품. 흡사 90년대 액션 첩보물을 보는 듯하다. 놀랍도록 재밌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하게 되지도 않는 준작. 토르 시리즈의 앤서니 홉킨스 이후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명배우를 만나 반가운 영화이기도 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014, 제임스 건) MCU가 처음으로 우주로까지 세계관을 뻗친다. 기대감도 걱정도 만만치 않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유쾌하고 경쾌해 즐겁다. 지구에서 가장 먼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올드팝이 끊임없이 흐르는 묘한 정서도 잘 살아 있다. 캐스팅에서부터 느껴지는 키치한 B급 정서(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두 배우가 각각 나무와 너구리 역할로 등장한다는 것)가 영화 전반에 짙게 묻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토르 : 라그나로크> 이전까지는 MCU에서 가장 웃긴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편리하게도 '외계인이 영어를 하는 세계'라는 설정에 대한 거부감은 역시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이 물론 영화적 편의성을 위한 선택이라는 건 알지만, 최소한의 장치는 만들어두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지구에서만 해도 온갖 언어를 쓰는데, 대부분의 외계인은 영어 공통어라니. 차라리 모든 인종이 영어를 쓰는 세계라고 정해두었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납득이 될 테지만, 지구에서만 해도 러시아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사용하는 캐릭터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기억하기로 이 무렵 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듀나 역시 비슷한 문제제기를 했더랬다. 정확히 이 영화에 대한 평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혹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면,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6년작 <컨택트> 또는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기도 한 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조스 웨던) : 처음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직면한 저작권 문제를 실감한 작품이었다. 엥? 퀵실버가 <엑스맨>에서 보던 모습이랑 다르네? 엥? 근데 퀵실버가 그냥 죽어버리네? 또, 본격적으로 한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다양하게 소개해 보이기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다. 퀵실버뿐만 아니라 완다와 비젼이 처음 소개된 작품이니 말이다. 그리고 한국의 모습이 처음 보여지고, 한국인 배우가 처음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 작품이기도. 자꾸 영화의 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건, 영화 자체는 그다지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프닝 시퀀스와 헐크버스터 시퀀스의 쾌감은 정말이지 굉장한 작품이다. 과연 이런 것이야말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보여줘야 할 비주얼이지!


앤트맨 (2015, 페이튼 리드) :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클리셰와 억지 설정으로 가득한 영화. 이상한 건, 그런데 신나게 볼 만하다는 것. 폴 러드라는 배우를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세상에 어떻게 저런 익살스러운 연기를?! 물론 이 영화의 백미로 꼽을 만한 장면은 역시 루이스(마이클 페냐)의 더빙 시퀀스가 아닐까 싶다. 재빠른 리듬감과 배우들의 연기가 환상적으로 빛난 멋진 코믹 릴리프. 그 장면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영화는 두 번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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