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면 외롭고 하면 괴롭다던 그것
우울하면 글을 쓰고 행복하면 사진을 올린다고 한다. 모처럼 키보드를 잡았다.
신혼여행을 잘 다녀오고 너무너무 지친 몸으로 보내는 이번 주다. 회사를 그만 둔 후 잠깐은 한량으로 지내도 나쁘지 않을 요즘이지만, 쉬는 것도 재주가 필요한지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오늘 밤 터졌다. 터진 이유는 내가 생각해도 참 황당하다. 남편의 코골이로 인해 나의 수면 시간이 부족했고 그래서 예민해졌는지 작은 일에도 뾰족뾰족 날을 세웠다. 남편과의 드라이브에서 눈을 좀 붙이겠다고 했는데 남편은 나에게 눈을 뜨고 있으라고 했다(물론 장난이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며칠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강주은이 인간은 혼자 살아야한다는 걸 깨닫는 데 25년이 걸렸다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나 화났소"를 온 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작정 차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갔다. 그리고 아까 그렇게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달달하고 따뜻한 커피를 사 마셨다. 그리고 계속 걸려오는 남편의 전화... 계속 무시하다가 받았다. 처음엔 완곡하게 돌아오라고 말하다가 내가 계속 거부하자 엄청나게 성을 냈다.
"10대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거야?"
그의 말은 아프지만 사실이었다. 결혼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유치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집으로 향했다. 해가 지면 자동반사적으로 눈꺼풀이 감기는 남편에게 핸들을 맡길 수 없었다. 운전대를 잡고 엉엉 울면서 질주. 집에 거의 다왔을 무렵, 남편은 앞으로 어디 못데려가겠다고 말했다. 좀 어이없었다. 누가 데려가달랬나.
집에 오니 택배는 쌓여있고 쓰레기 봉투는 버릴 때가 다 되었다. 오늘이 아니면 다음 주까지 쓰레기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꾸역꾸역 택배를 정리하고 쓰레기까지 버리고 왔다. 시간은 새벽 두시 반.
이제 세 시가 다 되어간다. 나는, 나의 결혼 생활은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매불쇼에서 들었던 부부관계에 관한 명언이 떠오른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우니깐 슬퍼진다. 슬픈 상황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지 말자."
역시 슬플 땐 글이 잘 써진다.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내 감정의 쓰레기통 오늘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