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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Jan 13. 2023

아이가 있는 있생은 어떨까

2019. 6. 30

언니처럼 편하게만 느껴졌던 대학 선배가 어느 순간 남자로 다가왔다. 그리고 2014년 11월, 연애를 시작했고 데이트 후에도 같이 집에 가고 싶어서 2018년 9월에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니 아주 살판났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시시각각 살피시는 어머니 아래서 자란 나에게 남편은 '자유'를 허락했다. 


"오빠 오늘 친구들이랑 한 잔하고 들어갈게. 먼저 자~"

"오빠, 오늘 회사 동료들이랑 중요한 이야기 좀 하고 들어갈게!"


그리고 자정을 넘은 귀가. 남편은 아가처럼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다. 남편은 전형적인 농촌스타일이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누가 뭐라고 해도 잠을 자고야 마는. 그렇게 10개월쯤 방탕한(?) 생활을 하자 아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아들 둘이 있는 회사 선배에게 "애들이 있으면, 자기 인생이 없어지지 않나요?"라는 지금 생각해도 죄송하고 등짝스매싱 마려운 질문을 하던 철없던 나였는데, 어떻게 아기 있는 삶을 꿈꾸게 됐을까. 그건 아마 자상한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 둥지에 귀여운 아기새들과 함께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상상으로 이어진 것이지 않을까. 


지나가는 귀여운 꼬마아이들을 보거나, 엄마와 다정한 딸의 모습을 볼 때 특히 그렇다. 하지만 또 아직은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남편(37세)과 나(32세)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무작정 늦출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나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동화책을 쓸 것이다. 아이를 기다리는 10개월 동안 재밌는 스토리를 구상해서

아이가 엄마표 동화책으로 글을 배우고 아이를 재울 때 남편이 아내표 동화책을 읽어주는 상상을 해본다. 


물론 힘든 일도 있을 것이다. 이제 막 태어나는 아이가 밤낮 없이 울어대 잠도 제대로 못잘 것이고 걸음마를 할 때 넘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할 것이다. 첫 유치원에 보낼 때도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할 것이고 초등학교 입학, 사춘기를 거쳐 대학 진학, 진로까지 마음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중 하나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닐까. 좋은 마음들로 가득한 밤이다. 


임신을 생각하면서 매일 밤 음주로 마무리했던 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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