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2
생리예정일이 지났는데도 별다른 소식이 없어서 오늘 아침 임테기를 해봤다. 첫소변은 아니었고 두번째 소변이었다. 아침 식사로 오곡밥과 나물, 김을 먹은 후였다(무슨 상관).
"헛?"
맙소사. 두줄이었다. 임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왼쪽 한 줄이 희미하지만 분명히 나타났다. 임신하면 드라마에서처럼 각 잡고 남편에게 '서프라이즈~' 하며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당장 사진을 찍어 출근한 남편에게 보내니 곧 전화가 걸려왔다. 기쁘고 들뜬 남편의 목소리다. 하지만 희미한 줄이기 때문에 너무 좋아하진 말자고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과연 나에게 어여쁜 아이가 올까? 내일 아침 눈뜨자마자 또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라고 해놓고 1시간도 채 안되어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로 달려갔다. 산부인과 접수처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생리예정일인 지금은 초음파를 봐도 애기집이 안나타날 수 있어서 다음 주에 오라신다. 하지만 어떻게 일주일을 어떻게 기다리나요? 결국 안나와도 괜찮으니 한 번만 보겠다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초음파로 자궁을 탐색하던 의사 선생님의 미소.
"아직 애기집은 안보이지만, 자궁벽이 두터운 걸 보니 임신 확률 99%입니다. 술담배 하지 마시고 엽산 잘 챙겨드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바라던 아기가 나에게 오는 걸까? 하지만 아직 설레발은 금지겠지. 그래놓고 벌써 남편과 함께 태명을 구상해본다. 아직은 믿기지 않는다. 내일 임테기를 또 해봐야겠다.
그리고 돌아온 다음날 아침. 눈 뜨자마자 첫 소변으로 임테기 검사를 진행했다. 어제보다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두줄! 주말이지만 일이 많아 새벽같이 회사에 간 남편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함께하는 다짐.
"좋은 엄마가 될게요"
"나도 좋은 아빠가 될게요!"
기분탓인지, 실제 그러한지 배가 땡기고 허리가 아프다. 왠지 속도 더부룩하다. 임신모드의 시작일텐데, 새삼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엄마, 엄마에게 연락해야지. 안정기까지는 엄마에게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엄마 생각이 너무 나서 말해버렸다.
기뻐하는 엄마의 반응에 코끝이 찡해진다.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