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림, 이승희『일놀놀일』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은 때론 어떤 소비로 인해 일어나기도 한다. 침대를 바꾸었더니 잠의 질이 좋아졌다거나 테이블을 바꾸었더니 함께 사는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처럼. 나는 그 테이블을 사며 내가 바라는 라이프 스타일도 함께 산 것이다.
좋아하는 게 많아도, 너무 많아도 괜찮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으면 되니까.
"저는 삶에 있어서 어느 정도 '덕질은 필수'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람에 대한 덕질, 스포츠에 대한 덕질 등을 다 떠나서 어떤 것에 '팬'이 돼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살아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내일 아침 눈 떠서 NBA 경기 플레이오프를 기대하는 것처럼요. 어떤 사람은 그렇게 제 음악이 나올 때를 기대하고 있을 거고, 공연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거예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떠한 기대감을 가지고 살 일이 많지가 않잖아요."
- BTS 슈가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로 살기로 결정했을 때도 나는 백수 기간의 마감 일을 정했다. '딱 1년만 방학을 갖자.'
빈 문서 페이지를 바라모며 어떤 글을 쓸까 고민 중이다. 나는 왜 같은 괴로움을 자처하는 것일까.
나 역시 꼰대가 아니라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명의 삶의 방식이 있듯이 우리는 다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각자의 인생이 있다. 절대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부로 첨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꼰대의 말'로 일반화해버리면서 꼭 필요한 조언이나 도움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떤 질문은 익숙함 속에 답이 있다. 기성세대의 이야기를 마냥 잔소리로 치부하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다가 더 작은 사고방식 안에 갇히게 될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만난 두 마케터가 쓴 책 『일놀놀일』을 읽었다. 마케터답게 맥시멀리스트인듯하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내 생각에 도끼를 여러 번 두드려준 구절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그 외에도 편리해서 그대로 안착해버린 머릿속 고정관념을 탕탕탕 깨줘 반가웠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다보니 내 취향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게 후순위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즐거운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위해 지불하는 돈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달 초까지 4개의 원고를 마감해야 하는 지금 이 시점에 '나는 왜 같은 괴로움을 자처하는 것일까'라는 저 문장이 무척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