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5.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하루하루 시간이 왜 이렇게 부족한지, 자도자도 졸렸다. 그랬던 나인데 요즘 통 잠에 들지 못한다. 불면증은 아니고, 행복이가 점점 더 커져가 무게가 솔찬히 나가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돌려도 오른쪽으로 돌려도, 바로 누워도 묵직하게 나를 눌러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아직 재택근무중이라 회사 다닐 때보다 기상시간이 늦어진 것도 원인일 수 있겠다. 새벽형인간인 남편이 아침밥을 먹는 소리에 깨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다시 잠든다. 그리고 나서 출근 시간 30분 전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코로나19에 임신까지 더해지자 나에겐 시간이 많아졌다. 아침 출근 준비시간도 줄어들었고, 퇴근 이동 시간도 필요치 않다. 주말에 역시 아무런 약속 없이 프리한 나날들이다. 평소에 이렇게 긴 시간이 주어졌다면, 코로나19건 코로나 할아버지건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가거나 엄마 집에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너무 힘들다.
수시로 소변이 마렵다
임신 중에 자궁은 평상시의 300배로 커진다. 엄청나게 커진 자궁으로 인해 위, 폐, 방광, 대장 등 장기들이 압박을 받는데, 그중 방광이 받는 데미지는 어마어마하다. 계속 눌리기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소변이 마렵다. 외출 전에 화장실을 갔다가 나가도 조금만 걷다보면,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다. 이때문에 산책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래도 공중 화장실은 찝찝하니깐.
갈비뼈가 아프다
산책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방광 때문만은 아니다. 배가 부풀부풀 부풀어오르기 때문에 갈비뼈도 적잖이 피해를 본다. 부풀어가는 배를 감당하지 못한 탓인데, 특히 과식을 하면 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극심한 갈비뼈 통증으로 인해 걷다가 털썩 주저앉기 일쑤다. 만삭에 갈비뼈가 아프면 그냥 누워있는 게 그나마 제일 낫다. 한 연예인은 쌍둥이 임신 중에 갈비뼈가 두 개나 부러졌단다. 그러니 이정도 통증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초콜렛이 당긴다
임신 초기에는 초콜렛에 카페인이 들어있어서 입에도 대지 않았다. 초코과자, 핫초코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임신 후기가 되니 초콜렛이 미친듯이 당긴다. 달달구리를 넣어주지 않으면, 행복이가 왠지 심통을 부리는 듯한? 그것은 나의 착각일 것이다. 임산부가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소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더 낫다는 글을 떠올리며 꾸준히 달달구리를 넣어주고 있다. 그나마 살 찌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스테비아 아이스크림 같은 걸 시켜 먹고 있다. 근데... 베스킨의 풍부함을 대체하기란 어렵다.
이제 어느덧 출산 D-59에 들어섰다. 이제 정말 두 달 남았다. 언제 시간이 가나 달력만 바라봤는데... (아직도 좀 먼 느낌은 있다) 그동안 임신을 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이 시간을 소중하게 써야지.
임신 후기 체크체크!
1) 아가용품 준비 (아가옷 구입 및 빨래 / 아기 이불 빨래 / 기저귀 구매 / 젖병소독기 구매 / 체온기, 습도계 구매)
2) 출산가방 싸기
3) 아기에게 읽어줄 동화 쓰기
4) 집정리 (버릴 것 버리기)
5) 출산휴직 및 육아휴직 급여 신청절차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