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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Jan 13. 2023

무뚝뚝한 아빠의 고백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2020. 11. 11

오늘은 나의 서른 세 번째 생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생일은 늘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 때문에 생일 전날 잠을 못이루기도 하고, 생일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생일은 달랐다. 뱃속에 행복이가 함께하다보니, 생일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 세상을 보게 해주신 부모님과 남편을 있게 한 시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으로 뭔가 벅찬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이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 이렇게 아이를 품으며 조금씩 성숙해지는 걸까?


임신한 딸 생일이라고 소고기에 미역국, 좋아하는 나물과 반찬들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엄마와 적은 돈이나마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용돈을 보내준 아빠에게 감사함이 솟구쳤다. 특히, 아빠가 보내주신 문자에 아침부터 눈물이 났다. "네가 건강히 태어나 애비는 많이 기뻤고 감사했다"는 짧은 문자였는데 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들을 바라던 집에 둘째딸로 태어나 왠지 나는 환영받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많이 기쁘고 감사하셨구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침 일찍 전화로 축하해주며 생각지도 못한 용돈을 보내주신 시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 전에는 아기를 갖는 게 당연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가가 나에게 새로운 감정들을 많이 일깨워주는 것 같다. 고마운 행복이.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에게도 축하와 함께 선물을 받았는데, 감사하지만 나도 꼭 누군가의 기쁜 날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내 할 일이 바빠서 주변을 많이 돌아보지 못했고, 바쁘지 않아도 '굳이'라는 생각으로 챙기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더 크고 넓은 마음으로 사랑을 나눠야지. 


마지막으로 오늘 저녁 남편이 전해준 편지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중략) 아이들이 지나가는 걸 보면서 행복해하는 너를 보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단다. 늘 고맙고 고맙고 감사합니다. 같이 부모가 되고 같이 즐겁게 살아가자. 오래오래."

- 행복이 아빠가 


이 사람과 함께 행복이의 부모가 되어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마음 변하지 말고 남편과 행복이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감사하며 매일매일 행복을 흠뻑 느끼며 살아야지!



+

오늘은 어머니 교실 두 번째 날이었다. 

'신생아 관리'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아기의 신체 특성과 응급상황 시 대처법, 목욕법 등을 배웠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육아엔 정석이 없다. 가늘고 길게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이마다 상황도 너무 다르고 완벽하게 하려면 어느 순간 지쳐버릴 수 있으니, 여유를 갖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해야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1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요즘 부쩍 배가 많이 나와 갈비뼈가 눌리는 탓에 그것도 너무 힘들었다. 행복이를 잘 케어하려면 잘 들어야 하는데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 아쉬웠다. 한 번만 들어서는 머릿속에 몇 가지 남지 않을 것 같고, 산후조리원에서 더 꼼꼼하게 배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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